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악성 앱`을 활용한 신종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은행원을 사칭해 대출 또는 이자 감면 따위로 유혹한 뒤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도록 해 편취하는 식이다. `당신 명의 통장이 대포통장 범죄에 연루됐다`며 피해자들이 첨부된 링크를 눌러 악성 앱이 설치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사기범에 속아 넘어가 거액을 사기 당하고 그 자녀를 취업시킨 사건도 내용을 들여다 보면 보이스피싱에서 비롯됐다. 여성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누구든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보이스피싱이 날로 진화하면서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대전만 하더라도 최근 3년간 발생한 보이스피싱 건수가 2016년 517건을 비롯 2017년 975건, 지난해 1295건이나 됐다. 피해액도 지난해만 150억 원에 달해 3년 사이 3배 이상 많아졌다. 정부가 지난해 8월 가계부채종합대책을 통해 금융권 대출을 옥죈 이후 `대출빙자형`이 크게 늘어난 게 두드러진다. 여기에다 인터넷 등을 매개로 한 수법이 조직화·지능화돼 전문 직업인들도 깜박 속아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070` `02` 같은 일상적인 번호를 사용하는가 하면 금감원 콜센터 번호까지 동원하는 상황이니 예사 일이 아니다.

한 때 주춤하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대응력 제고가 과제로 떠올랐다. 고객이 창구에서 고액의 돈을 인출·이체할 때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면 112 신고를 당부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한계가 있다. 관계기관 공조 체제를 구축해 구조적 요인을 차단하고, 가담자를 강력 처벌하는 등 민생 차원에서 접근해 방지책을 찾기 바란다. 국민들로서는 `그 놈 목소리를 의심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유대로 주의를 기울이는 이외의 방법을 찾기 어렵다. 홍보 활동을 강화해 사기 유형 등을 널리 알린다면 눈 뜨고 당하는 일을 그만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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