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하면 다른 것이 보인다

2020년이 되면 초중고 모든 학생들이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교육을 받게 된다. 새로운 교육과정은 언제나 미래 사회에 조금 더 적합해 보이는 인재상을 제시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설계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과학적 사고, 과학적 탐구방법을 적용한 문제 해결, 과학 언어로 의사소통을 통한 사회의 다양한 과학 활동에 대해 판단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며 평생 새롭게 변화하는 과학지식을 습득해 나갈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하고자 한다. 이러한 시민들이 이끌어 가는 사회는 상상만으로도 참 설렌다.

그러나 이러한 자질들이 교육과정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과학적 사고력과 탐구능력, 문제 해결력이라는 단어들은 과학교육에서 빠진 적이 없고 과학적 참여와 의사소통은 그 중요성이 점점 강조돼 왔지만 지금 우리 교육현장에서 이러한 교육은 쉽지 않다. 필자도 오랜 시간 동안 과학을 가르치면서 그 중요성에는 동감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중, 작은 질문 하나가 새로운 길을 보여줬다. 어떤 과학 개념이나 원리를 가르치기 전에 `과학자들은 무엇을 하다가 이런 발견을 하게 됐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음극선 실험을 통해 전자를 발견했던 톰슨(J. J. Thomson)을 보면서 `톰슨은 무엇을 하다가 음극선 실험을 하게 된 것일까?`라는 질문을 하고 기체의 부피와 압력이 반비례한다는 보일의 법칙을 이야기하면서는 `보일은 왜 이 실험을 한 거지?`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이 질문을 하면 좀 다른 것들이 보이게 된다. 보일의 법칙의 내용만을 중요하게 생각할 때는 그 법칙이 보일의 법칙이든 A의 법칙이든 상관없다. 즉 보일이 누구고 어떻게 그러한 법칙을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보일은 그냥 법칙의 이름일 뿐이다. 그러나 보일의 법칙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찾아 자료를 헤매다 보면 과학자들의 서로 얽히고 연결된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그 안에는 톰슨과 보일 외에도 실제 실험을 담당했던 무명의 실험장인들, 실험을 위해 디자인된 다양한 도구들과 신기한 현상을 보기 위해 모인 귀족들, 그 실험적 방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철학자들과 그 풍경을 묘사한 화가, 시인과 문인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과학의 개념만을 이해하려 한다면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들 안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과학이 사람들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학생들에게 당대 과학자들이 실험한 도구의 그림과 그 지역의 사진을 함께 보여주고 당시 유행했던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학생들이 그 당연한 것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과학적 설명과 수식들로 과학을 경험하는 학생들은 종종 과학을 자연에 존재하는 진리를 옮겨놓은 활자 쯤으로 여기고 객관성을 맹신하면서, 과학을 전문가에게만 맡기고 그들의 의견을 무조건 신뢰한다. 사회 안에서 과학 활동을 바로 보고 자신의 의견을 내는 민주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과학이 사회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짐을 깨달을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미영 대전과학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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