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년 동안의 앞선 칼럼들에서는 보르도 좌안 지역 와인들을 소개했습니다. 보르도 위쪽에 위치한 마고·생줄리앙·뽀이약·쌩떼스떼프 마을 등을 포함한 오메독 지역과 보르도 바로 아래 뻬싹-레오냥 마을의 샤또들을 돌아봤습니다. 2019년 상반기에는 지롱드 강의 상류인 도르돈뉴(Dordogne) 강 오른쪽에 위치한 보르도 우안 지역의 뽀므롤(Pomerol)과 쌩떼밀리옹(Saint-Emilion)의 샤또들 탐방을 이어가겠습니다.

고대에 이 지방의 수도로서 보르도 와인산업의 2번째 중심지인 리부른(Libourne)이란 도시를 중심으로 부채꼴 형태로 펼쳐져 있는 보르도 우안은 리부르네(Libournais)라고도 합니다. 보르도에서 오른쪽으로 30여 킬로 떨어진 리부른의 위쪽으로 왼쪽에 프롱삭(Fronsac), 가운데는 뽀므롤, 오른쪽은 쌩떼밀리옹 지역이 위치합니다.

자갈과 모래 토양에 적합한 품종인 까베르네 쇼비뇽을 주로 블렌딩에 하는 좌안과는 달리, 석회질과 진흙 토양인 우안에서는 메를로를 주로 사용하고, 샤또에 따라서는 2번째 블렌딩 품종으로 까베르네 쇼비뇽보다 까베르네 프랑의 비율이 높기도 하며, 아예 까베르네 쇼비뇽을 빼기도 합니다.

많은 수의 작은 밭들이 촘촘히 붙어 있는 뽀므롤의 포도원 면적은 약 800헥타로 오메독을 대표하는 4개 마을에서 제일 작은 쌩줄리앙보다도 작습니다. 가운데가 약간 불룩한 자갈 언덕 형태인 뽀므롤 지역은 리부른 방향의 남쪽은 모레 토양, 쌩떼밀리옹에 접한 동쪽은 점토질 토양입니다. 뽀므롤은 상대적으로 뒤늦게 떠오른 지역으로 오메독이나 쌩떼밀리옹 같은 등급 분류체계가 없습니다.

뽀므롤 최고의 와인은 엘리자베드 여왕의 결혼식과 대관식에 사용되었고, 1960년대 초 케네디 대통령 부부가 좋아하는 와인으로 알려지면서 더 인기를 얻은 샤또 페트뤼스(Petrus)입니다. 페트뤼스를 중심으로 한 `검은 황금의 땅`으로 불리는 지역은 철분이 많이 함유된 토양으로 고급 뽀므롤 특유의 흙냄새 비슷한 미네랄향과 송로버섯향을 내는 유명 와이너리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페트뤼스는 점토질인 보르도 우안의 전형적인 와인으로, 메를로로 부드럽고 알코올 느낌이 풍부하며 감각적인 와인을 만듭니다. 놀랄 만큼 진한 농도감과 빼어난 과실미와 초콜렛을 연상시키는 깊은 여운의 진한 맛을 내며, 농축된 베리류 잼과 같이 크리미하면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훌륭한 균형미의 와인입니다.

`뽀므롤과 생떼밀리옹의 아버지`로 칭해지는 장-삐에르 무엑스(Jean-Pierre Moueix)는 1945년에 페트뤼스의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오늘날 페트뤼스가 누리고 있는 세계 최고 와인의 명성 구축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무엑스 가문은 페트뤼스 외에도 샤또 호산나(Hosanns) 등 뽀므롤의 정상급 포도원을 소유 또는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르도 우안의 소규모 포도밭에서 재배된 포도를 매입하여 제조한 가성비 좋은 와인들을 장-삐에르 무엑스사 이름으로 유통시켜, 보르도 좌안 특히 오메독 지역의 명성에 가려져있던 보르도 우안 와인의 질적 발전과 명성 획득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현재 장-삐에르 무엑스사를 운영 중인 장-삐에르 무엑스의 아들 크리스띠앙(Christian) 무엑스는 캘리포니아의 UC Davis 대학에서 양조학을 전공했고, 1983년부터 나파 밸리의 욘트빌(Yountville)에도 포도밭을 조성하여 도미누스(Dominus)라는 이름의 미국 최고 와인도 생산합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샤또 에방질(Evangile) 방문기로 뽀므롤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신성식 ETRI 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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