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충남도가 유관순 열사의 서훈 등급 격상을 위한 서명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대국회·대정부 설명회를 열어 유 열사의 공적을 소개하고, 서훈 상향 조정을 위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건국훈장 3등급에 불과한 유 열사의 서훈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정부와 국회는 들은 체 하지 않았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았음에도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기념행사를 치러야 한다니 기가 막히다.

3·1 운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유 열사다. 이화여고 재학 중 16세의 가녀린 몸으로 고향인 천안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을 이끈 상징적인 인물이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 밖에 없는 것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이라며 일제 탄압에 저항하다 이듬해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사했다. 중국과 인도 등 독립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상해 임시정부 수립의 토대로 작용했다.

역사적 사실이 이처럼 명확한데도 외면하고 있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서훈 등급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추모식에 대통령 조화를 보낼 수 없고, 국립현충원 안장도 불가능하다. 이 와중에 "유관순은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이라는 망언까지 나왔으니 통탄스런 일이다. 국민 인식과 업적의 숭고함에 비해 현저히 낮은 등급을 격상하지 않으니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라서`거나 `정치력이 약한 충청 출신이라서` 따위의 조소가 나오는 게 아닌가.

서훈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현재의 서훈법을 서둘러 뜯어 고쳐야 한다. 이미 국회에 관련 법안 개정안까지 발의돼 있는 상태다. 친일행위를 한 자들이 유 열사보다 높은 등급을 받았던 상황이고 보면 적폐 청산 차원에서라도 미적대선 안 된다. 독립유공 포상 주무 부처인 국가보훈처와 행정안전부는 유 열사의 당시 기여도와 희생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근거를 마련하기 바란다. 국회도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서훈 승격의 길을 열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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