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미의 독립영화 읽기]

2014년부터 해외의 예술영화관들을 종종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의 해외 탐방 프로그램 덕분에 처음으로 다른 나라의 예술영화관을 찾을 수 있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개인적으로 여행을 가면 늘 그 나라의 예술영화관을 방문하곤 했다. 예술영화관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영화관을 가진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많지 않은 편이다. 영화의 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한국 정도가 민간의 노력으로 세워진 예술영화관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점차 그 수는 줄고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민간의 노력으로 세워진 예술영화관의 수가 줄고 있다. 대신 국가의 정책으로 관 주도나 기업의 자본으로 만들어지는 예술영화관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예술영화관을 아트씨어터라고 부르는 일본은 지난 과거에서부터 최근까지 아시아 권역에서 가장 많은 민간예술영화관과 예술영화관객들을 가지고 있다. 70년대에 학생운동을 하며 급진적이고 진취적인 영화를 상영했던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서 일본 아트씨어터의 역사는 시작됐다. 당시 쉽게 보기 힘들었던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은 80년대부터 90년대 말까지 아트씨어터 붐을 형성시켰다. 하지만 이 때를 정점으로 젊은 층들의 영화에 대한 무관심과 디지털 시네마로의 전환, 그리고 멀티플렉스의 등장은 아트씨어터들의 존립을 위협했다. 그러나 붐이 일었던 시기에 극장들을 찾았던 관객들의 관심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도쿄에 있는 아트씨어터의 연간 관객 수는 일반적으로 10만 명 정도로 우리 나라에서 가장 잘 운영되는 예술영화관의 관객 수와 같다. 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이런 위기감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여러 아트씨어터들이 폐관을 했고, 한편으로는 운영자들이 교체되기도 했다. 서울과 달리 지역의 예술영화관들은 지자체의 도움없이 운영되는 곳들이 많다. 다만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지원금을 받는다는 것은 운영에 한결 숨통을 트이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원금에 의존하게 하거나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한다. 대전아트시네마 역시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지만 국가나 지자체에서의 지원없이 운영하는 일본의 아트씨어터들을 내심 부러워했다.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영화이지만 내가 사랑하는 영화라면 기꺼이 티켓을 사고 극장으로 향하는 그들의 관객을 부러워했다. 극장과 독립영화에 애정을 갖는 아트씨어터의 관객들과 함께 극장을 지켜내고자 했던 그들의 현실을 감히 넘보고 싶었다. 그래서 일본의 사례를 시작으로 그동안 다녔던 해외의 예술영화관들을, 그곳에서 살며시 펼쳐보던 꿈들을 꺼내보고자 한다. 여전히 예술영화관은 유효하다고, 이곳에서 영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이다.

장승미 대전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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