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의 지도자의 역량에 대해 새삼 중요성을 느끼는 시기이다. 사드라는 방어용 미사일 하나에 중국에 휘둘리며 제대로 된 대응 한 번 못하고 약소국의 차가운 현실을 깨달았고, 수도 서울이 아직도 100년이 넘도록 외국 군대가 주둔하며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너무도 피상적으로 느끼고 있다. 일본 초계기가 인도주의적 구조 활동을 하던 군용함인 광개토대왕함 150m 위로 저공비행하는 위협 행동을 하고도 큰 소리 치는 자금의 사태에 대해 국민들은 실망과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100여 년 전 대한제국의 모습과 대비되며 그 결과에 대해서도 걱정이 앞선다. 고종은 12살에 왕위에 올라 무려 44년을 왕이란 절대적인 권력을 누렸지만 허황된 꿈과 철학 없는 국정운영으로 600년의 역사를 지닌 나라가 망하는 과정에서 주역이 되었다. 한 나라의 왕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다른 나라 공사관으로 피신을 하고 무려 1년이나 그곳에서 정사를 돌보는 장면은 무능함의 극치이다. 고종과 명성황후는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새벽에서야 잠을 자고 오후에 깨어나 정무를 돌보았다. 과학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시점에서 오후에 일어나 과연 얼마나 많은 신료를 만났으며 백성의 안위를 고민하며 외세의 세력에 대항하여 국력을 키웠을까 하는 생각에 갑갑함이 밀려온다.

고종은 앞선 문물에 관심이 많아 커피도 마셔보고 테니스도 쳐보고 덕수궁에 전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다. 그러는 사이 외세의 침범과 금· 은광 채굴권, 철도부설권, 산림 벌목권 등이 차례로 열강에 넘어갔고 급기야 1905년 을사조약을 체결하며 대한제국은 외교권을 상실하며 독립국가로서의 지위를 잃게 되었다.

나라의 지도자가 흔들리면 국가도 위태로워진다. 전두환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은 혼자 식사를 하며 오직 한 사람의 말을 듣고 국정을 운영하다 탄핵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지만 또 다른 적폐를 양산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많은 혼란스러운 정책과제가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인지 다른 누적된 문제가 돌출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모든 현안 과제의 해결과 원인해소를 위해서 대통령의 리더쉽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경기침체, 주 52시간 근로시간, 탈 원전정책, 최저 임금제, 유치원법, 택시 공유, 블랙 리스트, 사법개혁, 심각한 실업, 과도한 복지비 상승, 부동산 억제 등 손가락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어느 문제 하나 만만하지 않다. 모두들 국가에서 대책을 수립해 주고 예산 지원을 요구하고 있고 대통령의 결심과 정책 방향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가장 주요한 남북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과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외교문제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걱정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이 모든 현안 문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다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니 국방, 외교, 긴급 현안문제를 중점적으로 해법을 제시하고 경제문제는 내각에 맡겨야 한다. 특히 경제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탈원전 정책, 친환경 태양광 사업, 최저임금제와 같은 경제정책은 4대강 사업과 같이 향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사마천의 사기 중 화식열전을 보면 "상인들의 행위에 대해 자유롭게 발전하고 적극적으로 생산과 교환이 이루어지도록 하며 국가는 간섭할 필요가 없다. 또한 가장 나쁜 정치는 국민과 다투는 것이다"라고 했다.

국민의 정서에 반한 경제정책은 반드시 후회하게 되며, 선심정책은 아니더라도 경제인과 상의하고 노동계의 의사는 반영하되 합일점을 찾도록 하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다. 우리는 몇몇 제품의 수출로 먹고 살고 있지만 주변 열강들의 지속적인 견제와 경쟁 속에 있다. 국론은 많이 분열되어 있고 국민들은 삶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국력 없는 평화, 단결되지 않은 국민정서를 먼저 돌보아야 한다.

유원희 천안예술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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