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어디서든 한의학을 만날 수 있다. 찜질방과 목욕탕에서 부항을 뜰 수 있고, 각종 봉사단체에서는 수지침과 뜸을 접할 수 있다. 또 의료용품 전문점에서는 누구나 침, 뜸, 부항, 사혈기 등 한의의료 기구를 구입할 수 있는 등 민간의료 문화가 낯설지 않음은 동의보감 덕택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동의보감이 편찬된 1600년대의 의학지식은 서양에서는 교회, 동양에서는 황실이 관리하던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다. 임진왜란이라는 전대미문의 재난을 겪은 조선의 왕실은 전쟁 후 단순히 의학지식이 아닌 백성의 생존기술로서 동의보감을 보급했다. 물에 빠졌거나, 불에 데이거나, 창에 찔리거나, 피난 중 아이가 울어 적에게 들킬 염려가 있는 등 생명에 위협을 받게 될 상황에 놓였을 때 스스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방편으로서 의학을 보급한 것이다.
국가적으로 우리나라는 400년 전과는 또 다른 재난을 마주하고 있는데 고령화가 그것이다. 우리는 과연 치솟는 국가보건의료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보건의료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시스템은 누군가에게는 충분하지 않으며 각자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는 것만 못하다. 건강과 관련해 현대 교육학의 대가인 페스탈로찌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건강한 몸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는 좋은 부모, 좋은 자식, 좋은 형제, 좋은 이웃이 되기 어렵다. 자신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식구를 위해서 나아가 이웃과 나라를 위해서도 건강해야 한다. 요새를 지키듯 스스로 건강을 지키자.`
선조들은 의학지식을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이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편으로 삼았다. 초고속으로 고령화하는 재난적 상황이 무병장수를 향한 인류의 꿈이 현실화되는 전화위복으로 바뀌기를 희망하며 동의보감의 의의를 되새겨 본다. 정길호 아낌없이주는나무한의원 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