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문다. 만감이 교차한다. 나와 가족, 직장과 일터, 국가, 세계로 생각을 넓혀가 본다. 모든 것이 관계성으로 존재한다. 관계성의 기본은 `나`다. 한데, `나`의 삶과 생활이 변화무쌍하다. 어떤 일이든 혼자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혼족`이 크게 늘고 있다. 2000년 15.5%에 불과했던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2017년 28.6%로 크게 확대됐다. 2045년이 되면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된다. 1인 가구의 소비행태와 관련된 `혼밥`, `혼술`, `혼영`, `혼공`, `혼행` 등의 신조어도 휘날린다. 새로운 문화 트렌드다. 트렌드니 `그런가보다`라고 여겨보지만 왠지 씁쓸하다.

우리의 미덕인 `이웃사촌`이라는 말은 갈수록 사용되지 않는 말이 돼가고 있다. 공동생활에서도 "혼자 있게 내버려 두시오", "댁 자신이나 챙기시오"라는 분위기가 퍼져나간다. 이웃과의 관계는 삭막해지고, 살기가 힘들어지면서 우리의 마음도 딱딱해지고 있다.

각자가 스스로 살 길을 찾아나서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징후가 뚜렷하다. 각자도생으로 빠져드는 현상은 특히 기업과 노조, 정치인들 사이에서 확연히 목격된다. 실업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일자리 창출의 경우, 대기업마저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있다. 일부 `귀족노조`는 회사나 비정규직의 형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호주머니 채우기에 사생결단이다. 정치인은 말로는 국민 편에 서고 서민을 위한 정치를 펴겠다고 수 없이 장담하지만 당리당략을 철칙처럼 내세우고,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을 수시로 들고 나온다. 누굴 위한 투쟁이고, 누굴 위한 정치인가. 극도의 이기주의다.

극도의 이기주의를 더불어 살아가는 이타주의로 바꿔나갈 수는 없을까. 사회학자 레스 기블린은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더 관심이 많으며,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이 3가지 사실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또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대개는 자신을 위해 돈을 쓴 사람이 더 행복하리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이것을 경제학자들은 `베풂의 따뜻한 빛`이라 부르고 심리학자들은 `돕는 자의 희열`이라고 칭한다"고 들려준다.

`성공을 부르는 습관, 끝없는 추구`란 책에서 저자는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남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것을 공유하고 싶다면 자신의 것을 먼저 나눠야 한다고 전한다.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도록 해주라면서 베푸는 만큼 돌아온다고도 강조한다.

황폐한 세상을 풍요롭고 살맛나는 곳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정답 중 하나다. 종교지도자들의 2019년 신년사가 눈에 들어온다. 배려와 포용, 사랑이 넘치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고 간절히 기도한다. 매년 이맘때면 듣는 `소망`이다. 하지만 사회는 그러한 소망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우리의 절실함과 실천력의 부족이 문제다.

기업이 능력 닿는 대로 근로자의 일자리 늘리기와 복지향상에 적극 나서고, 정치인들이 평상시에도 선거철처럼 국민을 진심으로 섬기는 자세를 보인다면 우리의 삶은 한결 평화롭고 행복해질 것이다. 일반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누가 보든 안 보든 기본질서를 지키고, 타인의 실수에 아량을 베푸는 동시에 자신의 잘못에 대해선 솔직하게 양해를 구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사회는 훨씬 부드러워질 것 같다.

영국 시인 존 던은 그의 시 `사람은 누구도 섬이 아니다`에서 "사람은 누구도 섬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도 홀로 설 수 없다/ 저이의 기쁨은 나의 것이고/ 저이의 슬픔도 나의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기에/ 그래서 나는 지킨다/ 저이를 내 형제처럼/ 저이를 내 친구처럼"이라고 마무리한다. 가정과 직장에서, 사회에서, 이러한 공감대와 공존의식이 솟아나고 퍼져나가며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세상은 훨씬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지 않을까. 최문갑. 시사평론가·`밸런스토피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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