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무술년…경제 위기감 최고조

숨 가쁘게 달려왔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한국사회는 올 한 해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어느 때보다 격동이 일었다. 연이은 남북정상회담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도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기에 충분했다. 6.13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고, 이명박 대통령 구속과 사법 농단 파문,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 등도 이슈의 중심에 섰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몰락 등 미투 운동의 전국 확산과 BMW 차량 화재,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 등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그중 올해 최고의 화두는 단연 경제 부문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국내 상황은 장기간 경기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기업과 서민 모두 팍팍한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소득주도 성장`은 한국 경제를 관통한 대형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을 두고 소상공인 등 생계형 자영업자는 경영난을, 저임금 노동자들은 소득 정체와 일자리 부족 등을 호소하며 힘에 겨워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기업, 노동계 등 여기저기서 갈등과 혼란만 커졌을 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현 정부 들어 첫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의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소득주도 성장이 아직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배경에서다.

이렇듯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동안 각종 경제지표는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우선 경제 성장률이 2%대로 다시 떨어졌다. 한국은행 전망에 따르면 올해 경제 성장률은 2.7%로 2012년(2.3%)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나아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통계청이 최근 공개한 `2018년 11월 고용동향`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달 실업자는 90만 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 8000명 증가했다. 실업률도 3.2%로 전년 동기에 견줘 0.1%포인트 상승했다. 11월 기준 실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3.3%) 이후로 가장 높았으며 실업자 수는 1999년(105만 5000명) 이후 올해가 최고치다. 주요 경제지표의 하락은 경기침체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과 영세상인 등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매출 부진에 인건비 상승 등 경영난이 가중됐다는 얘기다.

더욱 문제는 서민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하락하는 사이 물가는 치솟으며 서민 부담을 가중시켰다. 대전 지역의 경우 생활필수품 및 개인 서비스요금이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소비자교육중앙회 대전지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생활필수품 가격은 67개 품목 중 40개(59.7%) 품목에서 오름세를 보였다. 목욕 요금 등 개인 서비스 요금도 19개 품목 중 13개 품목이 오르는 등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불어 닥친 한파만큼이나 지역 경제계도 매서운 추위의 연속이다. 새해 경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003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중소기업 경기전망과 경영환경 조사`에서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가 83.2로 지난해보다 9.5포인트 떨어졌다. 서민 가계 대부분도 급여는 제자리인데 물가만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고 벌써부터 새해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고 있다.

그래도 대다수 서민은 저물어가는 한 해를 보내며 새해 꿈과 희망을 갖게 마련이다. 더욱이 2019년은 큰 복이 오고 재물이 넘쳐흐른다는 `황금돼지띠`의 해다. 올 한 해는 팍팍한 경제 여건에 힘들었어도 기해년(己亥年) 새해는 정부의 경제 정책이 안정 궤도에 진입하고, 지역경제도 활력이 넘쳐나는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맹태훈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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