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수학능력시험을 마친 뒤의 고교 3학년 교실 학사운영 상황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고3 학생 10명이 강릉 펜션 사고를 당한 지 하루 만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는 어제 교육부 상황점검회의에서 "수능 이후 마땅한 교육프로그램이 없어 학생들이 방치되는 것 아닌지 전수점검 하겠다"며 "체험학습 명목으로 학생끼리 장기투숙하는 여행이 있는지도 신속히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발 빠른 대응 의지를 나타냈다지만 문제 해결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해마다 수능 뒤면 고3 교육이 파행 운영돼 왔다는 점에서 대입 제도 전반부터 손질하는 게 시급하다.

수능 종료 벨이 울리는 걸 신호탄으로 고3 교실이 붕괴되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고3의 모든 교육과정이 수능에 맞춰져 있는 탓에 졸업하기까지 약 30일 동안은 공교육이 실종되는 사태를 빚곤 한다. 강릉 펜션 사고도 이 같은 현실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학생들이 학기를 마칠 때까지 정상적으로 등교해 공부하고, 입시를 준비하도록 공교육의 틀을 바꾸는 게 먼저다. 수능을 최대한 늦춰 12월로 조정하는 게 한 방법이다. 3학년 2학기 성적도 입시에 반영하도록 하고, 수시와 정시를 다음 해 1월 초에 함께 모집하는 방안도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수능에서 졸업에 이르는 기간을 최소화하되 내실화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이 때는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어려운 게 사실인 만큼 진로지도와 더불어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이 절실하다. 입시에 치여 미뤄온 인성교육과 현장체험학습, 봉사활동 등이 대안이다. 취미 활동을 돕거나 외국어 공부 지원처럼 운영 가능한 프로그램은 얼마든 지 있다. 황금기의 고3 학생들이 미래를 꿈꾸고 도전을 준비하도록 학부모를 비롯한 사회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지원도 필수다.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라도 교육당국과 학교,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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