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에는 새롭고 신선한 이벤트를 꿈꾸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마음이 들뜨고 하는 일이 없어도 마음은 늘 바쁘다. 아울러 이런저런 이유로 충동적인 소비 생활과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려니 우리 딸, 아들 같은 젊은이들이 본다면 `뭘 잘 모르면서 꼰대처럼 또 잔소리를 하려고 한다`라는 생각과 함께 바로 귀를 닫아버릴까 걱정이 앞서지만 연말을 맞아 그동안 무감각하게 살아왔던 나를 반성하고 젊은 세대와 함께 우리 세대도 한 번쯤은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요즈음 중년 부모들은 사회, 경제적 환경이 지금보다는 비교적 좋지 않을 때 태어나고 자란 세대이다. 50-60대 중장년들은 대부분 가정을 책임지고 부모를 모시는데 급급해 자식을 넉넉히 품어줄 수 없었던 부모들에게서 성장한 세대이다.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일하시고 가족을 지키느라 관심을 가질 수조차 없었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자신들이 자랄 때에 누리지 못한 풍요와 자유를 이제서라도 마음껏 누리고 싶은 마음보다는,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 관한 일이라면 무조건 지지하고 마음껏 누리게 하고 싶은 그것이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사랑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며 요즈음 젊은이와 더불어 우리 50-60대 어른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것 뿐만 아니라 부모 또는 우리 이전 세대의 성과로 뜻하지 않게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이전 세대의 노력과 업적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누리는 행복을 당연시하지 않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장년층의 부모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주역이다. 1960년대 개발경제를 이끌었고, 중동의 건설현장에서 피땀을 흘렸다. 모든 물자와 재화가 부족했고, 생활도 궁핍한 시대였다. 또한 우리 50-60대는 외환위기와 함께 찾아온 대량 실직과 구조조정에서 위기의 시기를 어렵게 겪으며 우리의 아이들을 키워냈다.

다시 말하면 오늘날의 풍요는 앞선 시대의 피눈물 나는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어찌보면 앞만 보고 달리는 무식하고, 고집 센 구세대가 만들어낸 결과인 풍요로움 속에서 그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사는 것이 요즈음 세대이다.

물론 모든 젊은이들이 구세대에 대해 무조건 비판적 시각만을 가진 것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모든 것을 기존세대에 의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말을 맞아 이곳 저곳 들떠있는 분위기에 걱정이 앞섰다.

앞으로 영원히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써 모든 국민이 풍요롭게, 행복하게 살면 좋겠지만 외환위기를 겪어 본 세대로서 그렇게 만만히 볼 세상이 아님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우리의 안정된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우리가 오늘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욜로` 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해 소비하는 태도를 말한다고 한다. 지금 당장 즐겁고 내 삶의 질을 높여줄 취미생활, 자기개발에 돈을 아낌없이 쓰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누릴 만큼 누리고, 오늘 행복할 만큼 행복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내일은 오늘의 자산이 모여 내일의 풍요와 행복을 만들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을 위해 소비를 장려해야 한다고 한다. 매우 긍정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들이 배울 수 있도록 분위기는 향유하되 계획적인 소비와 검소하고도 행복한 문화생활을 해야 하겠다.

무심결에 흘러간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듯이 써버린 재화를 다시 축적하는 데는 또 다른 인내의 기간이 필요하다.

몸도 마음도 경제적으로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도록 어른들이 먼저 들뜬 분위를 해소하고, 계획적으로 연말연시를 보냈으면 한다.

참아야 할 일에 대해 참을 줄도 알고, 나의 노력을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할 줄도 아는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어른들과 선배들이 먼저 실천할 일이다.

며칠 남지 않은 정유년의 아름다운 마무리로 아쉬움은 남기지 말고, 지나온 것에 대해 감사하며 돌아올 새해에 대한 계획과 설렘으로 가득한 날들로 한 해를 마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석(대전중리초등학교 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