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사회기반시설 안전 실태를 전수조사 하기로 한 건 만시지탄이다. 최근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같은 공공분야 안전사고가 잇따른 데 대한 비상 처방 성격이다. 철도 등 물류시설과 발전·송배전 시설 등이 대상이지만 본질을 비껴간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떠 넘기고는 안전관리를 모른 채 하는 그릇된 관행 바로잡기 같은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그제 나온 태안 화력 정부 합동대책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위험설비 점검의 2인 1조 근무 의무화와 안전 장비 및 시설 보완 등이 포함 됐다고는 하나 얼마나 사고를 줄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태안화력 20대 희생자의 경우 유사 사고가 터진 뒤 나온 재발 방지 대책 발표 이후에 또다시 발생한 전형적 사고다. 반짝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방증이다. 외주화 구조를 뜯어 고치지 않고서는 위험·안전 분야의 사고는 언제든 되풀이 된다.

공기업들부터 `위험의 외주화` 방지 대책을 내놓을 일이다. 산재 사망자를 보면 절반 가까이가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원가를 아끼겠다고 안전 관리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행태가 고질화된 탓이다. 이윤을 추구하기 앞서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 없이 산업 현장의 비극을 막을 수 없다. 2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터지자 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하고, 인력을 2배 이상 늘린 서울시의 사례를 적극 참고해 봄직하다.

국회도 실효성 있는 안전 관리 방안을 만드는 데 소홀해선 안 되겠다.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법률안이 입법 예고됐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안전 및 보건 조치 대상 확대 등의 진전된 내용이 담긴 만큼 처리를 미룰 일이 아니다. 나아가 위험·안전 분야의 외주화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데도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근본 처방 없이는 또 비극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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