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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지추미술관. 그 잊을 수 없는 시공간의 체험

2018-12-11 기사
편집 2018-12-11 08: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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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오시마 섬에 있는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은 그 이름처럼 땅 속에 있는 미술관이다.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점박이 호박 조형물과 대단한 규모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베네세 하우스 미술관, 그리고 낡은 시골집에 현대미술이 입혀진 혼무라 집 프로젝트 등이 나오시마 섬의 잘 알려진 명소들이고, 같은 의미에서 지중미술관도 유명한 장소이다. 하지만 이 미술관에서 보내는 시간은 다른 장소들과 좀 다른 의미에서 특별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은, 일상을 둘러싼 시각적 청각적인 요소들과 그로부터 발생되는 잡스러운 판단과 생각들이 '강제로' 차단되는 장소인 것이다.

티켓을 사서 미술관으로 들어가 작품이 있는 장소까지 이동하는 동선의 시작부터 어쩐지 입을 다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노출 콘크리트로 된 좁은 복도의 미묘한 경사와 외광의 조절은 관람자의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만들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전시실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요구하는 조건들도 여느 미술관과 같지 않게 까다롭다. 어느 전시실에서는 신발을 벗어야 하고, 또 다른 전시실에서는 벽을 더듬거리며 앞으로 나가야 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전체 작품을 감상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미술관에는 클로드 모네,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 이렇게 세 작가의 작품만이 전시되어 있고, 이들의 작품에 맞추어 건축을 설계한 이는 침묵의 건축가라고 불리는 안도 다다오이다.

모네의 <수련>은 공간 전체가 흰 색으로 빛나는 전시실에 놓여 있다. 전시실이 흰 벽으로 이루어진 것이야 놀라울 일이 아니지만, 신을 벗고 들어서야 하는 전시실의 바닥이 작고 흰 대리석 큐브로 이루어져 있음을 느끼는 순간, 이 전시실은 '빛의 화가' 모네의 <수련>에 바치는 극도의 경외심을 바탕으로 헌정된 공간임을 알게 된다. 여러 미술관에서 모네의 작품을 소장품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지중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모네 말년의 수련은 그 공간과 더불어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

언제나 빛을 이용하는 터렐의 작품에 대한 지추미술관의 공간적 고려 역시 더 말할 필요가 없이 훌륭하다. 그의 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끝도 경계도 알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공간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꿈속과도 같은,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은, 눈에 익은 것들이 모두 사라진 낯설고도 기이한 그 작품 속에 빠진 관객은,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잠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또 한 사람의 작가, 월터 드 마리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