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이 됐다. 지난 1월 발령을 받고 대전에 온지도 1년이 다 돼가고 있다. 추락·충돌·질식 사고를 3대 악성사고사망으로 선정해 전국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이 된 것이다. 대전·세종·충청지역의 사고사망자 감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이 정비보수작업 중 사망사고예방사업이다. 최근 5년간 대전·세종·충청지역에서 정비보수작업을 벌이다 31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이에 대전지역본부는 충북·충남지사와 합동으로 정비보수작업 재해예방을 위한 핵심목표를 선정하고 예방사업 표준절차를 마련해 집중적인 활동을 추진했다. 그 결과 상반기에 비해 감소하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철강, 석유화학, 발전소 등 대형장치산업의 경우 매년 일정한 시기를 정해 대정비보수작업을 실시한다. 대부분 근로자가 쉬는 여름철이나, 명절 때 모든 생산라인을 중지시키고 정비, 보수가 대규모로 이뤄지는 특징이 있다. 이때에는 하루에 한 사업장당 일하는 인력이 1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많다. 넒은 작업현장에다 작업의 종류도 다양하여 일하는 분들의 안전관리에 어려움이 많다. 그렇다 보니 사망사고가 벌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충남의 한 제철회사에서 28세 청년이 기계·설비를 정비하던 중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정비보수 작업 중 사고원인을 보면 첫째, 주전원을 차단하고 기계 안에서 정비작업을 하여야 하나 전원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비작업을 하다가 불시에 기계가 작동하여, 근로자가 기계 안에서 끼어(협착) 사망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 둘째, 동일한 현장에서 여러 회사가 참여하여 동시에 정비보수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업체 간의 정비 순서나 위험요인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근로자가 위험에 노출되어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정비보수 중 안전사고를 예방을 위해서는 첫째, 정비보수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찾아내 사전에 적절한 안전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둘째, 위험성평가를 통해 마련된 안전한 작업절차에 따라 실시하는 것이다. 셋째, 여러 협력회사에서 동시에 정비보수작업을 실시하는 경우 원청을 중심으로 협력사 대표들 간에 안전보건정보를 공유하여 근로자 안전을 확보하면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넷째, 작업자 간 확실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작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8월 고용노동지청과 안전보건공단, 현대오일뱅크 안전담당 직원들을 포함하여 많은 인원이 정비보수작업을 위해 출근하는 근로자들에게 안전작업을 당부하는 캠페인을 실시했다. 출근하는 근로자들에게 안전작업을 당부하면서 안전에는 노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정상가동 중인 경우보다 정비보수작업 중 안전사고 발생에 대비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원청사에서는 정비보수 작업에 투입되는 회사와 인력에 대한 현장의 시스템에 대한 사전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원청사와 정비보수에 참여하는 협력사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안전을 공동 대응하는 노력이 있어야 정비보수작업 중 사망사고 발생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단에서는 정비보수 작업에 참여하는 원청사 및 협력업체에 대한 재해예방대책을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 정비보수작업 중에는 사고사망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정완순 안전보건공단 대전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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