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이 한참 전인데도 창밖엔 이미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다. 이를 지켜보며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누구에게나 다 똑같은 일 년 365일일 텐데 연세가 드신 어르신들이나 며칠 전 수능시험을 치른 수험생에게는 그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났을 것이다. 직업 탓일까 해마다 연말연시 이웃돕기캠페인을 준비하는 내게도 시나브로 돌아서면 겨울이 다가와 있다.

매스컴에서는 그 어느 해보다도 더 심각하게 우리를 둘러싼 주변 정세와 경기불황 등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기사들이 앞을 다퉈 쏟아지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서민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더 낮을 수밖에 없다는데 벌써 걱정이 앞선다. 매년 이쯤이면 어려운 시민들의 마음을 함께 보듬어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의미에서 범국민 이웃돕기캠페인이 전개된다.

`사랑의 열매`, `사랑의 온도탑`으로 대표되는 내가 근무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는 지난 20일부터 내년도 1월 31일까지 73일간 `나눔으로 행복한 대전`이란 주제로 `희망2019 나눔캠페인`을 진행한다. 올해가 그 어느 해 보다 어렵다는 것은 이번 캠페인의 모금목표액에서도 알 수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출범한 지 20년이 되었지만 그동안 한 번도 목표액을 전년도 실적보다 높이지 않았던 때는 없었는데 이번 캠페인은 전년도 모금실적으로 동결해 목표를 정했다. 그만큼 이번 캠페인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단적인 의미이다. 대전은 이번 캠페인 기간 동안 59억 3500만 원의 모금목표를 정하고 대전역 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을 세운다.

올해 상황에서는 이 목표액 또한 적은 것은 아니다. 모두가 어렵다지만 대전의 상황은 더 녹록지 못하다. 다른 지역처럼 대기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역을 살리는 혁신도시의 공기업이 있어 통 큰 기부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금목표 달성을 통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어려운 이웃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시민 중심의 풀뿌리모금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는 올해의 모금목표 달성을 위해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 나선다. 그 첫번째가 가칭 `건전한 송년 캠페인 모금`으로 각 모임과 단체 등에서 송년행사 비용을 줄이고 줄여진 비용을 모임과 단체의 이름으로 나눔에 동참하는 운동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모임이 활발한 상황에서는 동기부여만 줄 수 있다면 모금시장에도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역내 오피니언 리더들의 솔선수범을 기대한다. 이미 5년 내 1억 원 이상을 기부하는 `아너소사이어티 운동`은 이제는 대전 뿐만 아니라 타시도에서도 지도층 인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황인 시기에는 지도층 인사라 하더라도 1억 원을 약속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에 대전 모금회는 이번 캠페인 기간에 1년 동안 100만 원을 기부 또는 약속하는 `나눔리더` 모금프로그램을 적극 홍보하고 지도층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 타시도에 비해 조금 늦은 출발이지만 그들처럼 단체장, 의원, 사회단체장, 기업 CEO들이 이 운동에 릴레이로 참여해 준다면 나눔온도 100도 달성에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혁신도시가 없는 대전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사, 공단, 그리고 지역에 내려와 있는 중앙부처 행정기관 공직자들이 중앙회가 아닌 대전지역에서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마음을 모아준다면 지역과 상생하는 본연의 취지도 살릴 수 있으며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캠페인을 시작한 이래 20여 년 동안 어렵지 않았던 때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해마다 경기가 어렵다고 했고, 지진이나 대형화재 등 재난재해가 있었는가 하면 또 이 시기 모금활동에 찬물을 끼얹는 모금단체들의 불편한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늘 목표달성을 힘들게 했다. 이런 역경에도 불구하고 대전은 그동안 한 번도 목표달성에 실패한 적이 없다. 이것을 보며 대전 시민들의 이웃사랑의 저력을 느낀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두어 달 밤낮없이 캠페인을 준비했고 이제 축제는 시작됐다. 오늘 아침시간에도 직원들과 차 한잔을 나누며 우리 스스로가 축제처럼 캠페인을 진행하자고 다짐했다. 우리가 축제의 진정한 주인공이 돼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임할 때 꿈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 이번 겨울 우리는 150만 대전시민 모두의 가슴에 빨간 사랑의 열매가 영글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박용훈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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