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근무하는 센터는 청소년에 대한 다양한 지원체계 구축 및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청소년통합지원체계(CYS-Net)를 운영하고 있다. 위기청소년을 실제 만나는 현장으로, 때로 청소년전화 1388로 가출청소년 신고가 들어오면 우선 `이 아이는 가출일까, 퇴출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최근 1388청소년전화로 신고된 청소년도 실은 아동학대로 인한 가출이기 때문이다.

2018년 2월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보고한 `아동학대 발생 현황` 자료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113명의 아동이 학대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7년 2만 1524명의 아동학대행위자 중 부모가 77.2%, 학교 및 유아교육기관 교직원이나 시설 종사자 등의 대리양육자 14.2%, 친인척 4.8%로 나타나,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발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렇다면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대로부터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외국의 여러 나라에서는 아동학대를 해결하기 위한 아동보호서비스 정책을 `학대행위자처벌과 피해아동권리보호`인가,`가족기능의 유지`에 중심을 둘 것인가에 대한 두 방향성으로 보고 있다.

현행 아동복지법과 2014년 9월부터 시행된`아동학대처벌법`은 우리나라의 아동보호서비스 정책 방향이 아동의 권리보호에 중심을 두고, 신고주의에 기반한 조사를 통해 아동학대 피·가해자로 분리한 후, 학대 행위정도에 따라 교육 및 상담 또는 고소·고발하게 되는 처벌중심의 응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말한다.

아동학대 예방 공익광고는 이렇게 말한다.`아이들을 구할 영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신고만이 아이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아동학대 신고 112`

`아동학대 신고 112`이후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학대행위자가 아이들의 일상에서 사라지거나, 처벌을 받으면 학대 피해자의 몸이나 마음의 상처는 나을까? 가족이든, 학교든 공동체 안에서 생긴 모든 문제에 대해 학대행위자를 응보적인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최선일까?

필자가 상담 현장에서 만났던 아동학대 내담자들을 떠올려보면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학대 행위자 대부분이 부모이다. 결국 학대당한 아이들의 삶은 여전히 부모와 함께 유지되는 특수성으로 인해 학대 행위자 처벌 중심의 아동보호서비스정책은 학대 피해자에게 2차, 3차 피해를 불러오는 경우가 있다.

평생을 함께 해야 할 가정이라는 생활공간과 가족공동체 구성원의 특수성을 고려해본다면 과연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으로 `아동의 인권과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물론 심각한 고위험 아동학대의 경우 학대 행위자를 처벌하고, 아동을 격리보호하려는 방법도 필요하겠지만, 저 위험 아동 학대사례에 대해서는 학대재발을 방지하고, 부모와 학대 아동과의 관계 회복을 돕는 다양한 가족 지원과 가족 보존 서비스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즉 아동보호서비스 정책의 방향성은 `학대행위자를 구금하거나 피해아동을 분리 보호`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을 지원하고 피해아동이 안전한 가정으로 조속하게 복귀하도록 돕는`가족지원과 가족보존`도 아동보호서비스의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아동학대는 범죄`라는 국가의 법은 부모의 자녀양육권과 사생활권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제한과 통제를 합법화하면서, `매를 아끼면 아이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매를 사용하면 당신도 범죄자`라고 부모의 인식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대로부터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아이들을 구할 영웅은 과연 당신의 112 신고인가? 아니다. 실제 아이들을 평생 안전하게 지켜주고 도와주는 영웅은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야할 것이다. 그들이 자녀로부터 존경받는 영웅이 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의 다양한 가족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 특히 `양육 철학`이 세워지지 않아서 갈대처럼 흔들리는 부모들에게 아동학대예방교육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부모역할 훈련과 교육이 필요한 때이다.

류권옥 세종특별자치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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