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노벨상을 못 받는 까닭
2015년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가지타 다카아키`교수를 직접 만나서 노벨상 수상에 관한 업적과 질의 응답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1980년대부터 시작한 가지타 교수의 연구는 40년의 연구 되물림을 통해 스승에 이어 함께 노벨상을 수상했다. 제자의 논문을 갈취하는 어느 나라의 이야기와는 다른 모습이라 스승에 이은 제자의 노벨 수상도 신문에도 종종 회고됐다. 1988년 가지타 교수의 연구결과가 예상과 달리 빗나갔고 실패했다는 논문을 발표했을 때 그는 `주변사람들의 평판이 나빴지만,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왜 이런 수수께끼가 나왔을까?`하는 기대감이 컸다고 한다. 결국 1998년 `슈퍼 가미오칸데`를 통하여 지구 대기권의 중성미자가 뮤온과 전자의 두 상태 사이에서 비율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성미자는 질량이 없다는 기존 입자물리학의 정설을 뒤엎고, 물질에 대한 이해와 우주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이 변화를 가져왔다. 연수단에서 가지타 교수에게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마음자세에 대해 질문했다. 그의 대답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연구하세요, 사회적 여유도 필요합니다` 였다. 논문의 숫자보다는, 논문의 결과보다는 연구자도, 그 연구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모두 여유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가지타 교수는 `늘 깊이 사고하고 생각하자, 시간이 많이 걸려도 괜찮다, 웃음거리가 돼도 괜찮다`라는 생각을 하며 연구를 해왔다고 한다. 물론 현재의 일본도 입시열풍과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갈망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러나 노벨상을 수상하였던 연구자나 일본 과학교육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다시 기초과학에 대한 여유와 기다림을 외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노벨수상자가 한명도 배출되지 않았던 한국에서는 지금도 통탄하며 노벨수상자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벨수상자의 배출 인원에 대한 기다림이나 반성보다는 기초과학에 투자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여유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노벨상은 한 연구자의 일생에 거쳐 연구했던 결과물로 재촉과 다그침으로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웃음거리가 되며 연구하는 연구자들을 보게 된다면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줄 수 있는지 먼저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아예 노벨상을 기다리면 안 되는 것일까? 일본의 연수를 통해 들었던 필자의 생각은 `한국도 머지않아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겠구나!`였다. 노벨수상은 한 연구자의 연구뿐만 아니라 사회적 여유와 지원이 필요하며, 다양한 환경의 유기체들이 연합돼 완성되는 것이다. 츠쿠바대 부속 중학교 과학 수업을 보면서 한국의 과학수업도 일본의 교실 환경과 교사의 발문기술, 학생들의 활동들에 비해 단연코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한국의 과학교육은 더욱 발전할 것이며, 학벌과 성과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학생들의 잠재력을 인정하며 탐구하고 연구하는 활동을 지지한다면 노벨상 수상의 기쁨을 온 국민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기대된다.
김성식 회덕초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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