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가 국회분원(세종의사당) 설치 용역 발주를 해태하고 있는 가운데 행정수도완성세종시민대책위가 어제 성명을 통해 문희상 의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세종시민대책위는 집권당인 민주당도 동시에 겨냥했지만, 이치적으로 생각할 때 문 의장의 책무성이 상대적으로 엄중하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 국회분원 설치 문제에 관한한 문 의장은 직접 당사자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 지위에 있기 때문에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라는 요구에 귀를 닫고 있으면 곤란해진다.

그럼에도 문 의장이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이해가 잘 안된다. 무슨 피치 못할 사연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제2 국회청사를 세종시에 마련하는 일은 국회로선 중대사이므로 문 의장이 적극 개입해 상황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그게 더디더라도 국회분원 설치 문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지금 문 의장은 그런 기대치 혹은 역할론에서 멀어져 있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국회분원 설치를 둘러싼 문 의장의 정확한 의중이 무언지, 나아가 이대로 현상유지를 하겠다는 건지 아닌지 종잡을 수가 없는 지경이다. 주도적으로 문제해결 방안을 찾아 견인해야 할 정책적 주체로서 문 의장의 침묵 모드는 당당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국회 수장이 국회분원에 대한 불투명성을 증폭시키는 듯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것은 불합리다. 뿐만 아니라 문 의장의 전략적 방관 기간이 길어질수록 여러 사람이 괜한 고생을 사서하게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문 의장의 의지에 따라 국회분원 문제는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 일단 연구용역 발주를 서둘러야 한다. 공신력 있는 견적서를 받아보기 위해서는 2억 원 예산을 집행토록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지휘 감독권을 발동해야 한다. 그 돈 쓰는데 국회법 개정안 핑계대는 것은 관료주의적 구태를 의심케 할 뿐이다. 용역발주와 내년 설계비 50억 원 반영 요구도 서로 인과관계에 있는 만큼 순리대로 풀어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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