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탐사기] 세종기지에도 식물이 산다

2018-11-08기사 편집 2018-11-08 07: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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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는 불모의 땅으로 여겨진다. 가장 흔한 남극의 이미지는 드넓은 백색의 빙원과 빙산, 그리고 찬바람에 떼 지어 살아가는 펭귄 혹은 물개들일 것이다. 하지만 흔히 남반구 여름이라고 할 수 있는 12월에서 2월 사이 세종기지 주변의 얼음과 눈이 녹아 없어진 곳이 연두색, 초록색, 노란색, 갈색, 검은색 등으로 변한다. 실로 놀라움 그자체이다. 노란색은 수분이 부족하고 햇빛 때문에 엽록체가 파괴되어 변색된 이끼들이다. 이끼를 들춰보면 선명하고 파릇한 초록색 잎들이 숨어있다. 물이 충분한 곳에서는 연두색과 초록색의 이끼들이 카펫처럼 펼쳐지기도 하고, 때론 불규칙하게 모여 자라기도 한다. 색깔만 봐선 죽어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엄연히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이끼와 달리 흰색과 회색 등 밝은 색이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지의류들이다. 지의류 외에도 세종기지 주변에 흔하진 않지만 잔디처럼 생긴 남극좀새풀도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전혀 식물 같지 않은데, 이것들은 식물일까? 식물을 정의할 수 있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광합성이 가능하고 푸른색으로 보이게 하는 엽록소가 있어야한다. 물론 모든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않고 다른 식물의 영양분을 흡수하여 살아가는 기생 식물도 있다. 참나무 등 다른 식물에 기생하여 겨울을 나는 겨우살이가 대표적이다. 겨우살이는 다른 식물에서 영양분을 받지만 광합성도 하기 때문에 초록색을 띤다. 생물의 사체나 배설물을 분해하여 양분을 얻어 살아가는 식물을 부생식물이라 하는데 광합성을 하지 않아 백색을 띤다. 그렇다면 광합성을 하지 않아 엽록소도 없는데 왜 식물로 분류할까? 이들은 광합성을 하는 조상에서 유래하였기 때문이다. 식물이 되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은 셀룰로스가 풍부한 여러개의 세포로 이루어져야 하고, 세 번째 조건은 세포벽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 조건은 육상생활에 적응되었거나 혹은 그런 식물에서 기원해야 한다. 이러 기준으로 볼 때 세종기지주변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지의류는 식물이 아니다. 주로 단일생명체가 아닌 균류와 미세조류의 공생체이다. 세종기지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흔히 이끼로 알고 있는 선태식물이다. 선태식물은 대부분 열대와 온대지방에 많이 분포하지만 일부는 극지방과 툰드라 사막과 같은 열악한 지역에서도 서식한다. 이들은 몸속 수분의 대부분을 잃어도 죽지 않고 수분이 공급되면 빠르게 세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어서 아주 춥거나 건조한 지역에서도 살 수 있다. 세종기지 주변에는 두 종류의 꽃피는 식물이 있는데, 하나는 벼과 식물인 남극좀새풀이다. 가늘고 긴 형태의 잎을 가진 다년생 식물로 남위 60도 이남에 서식하는 유일한 외떡잎식물이다. 눈이 녹은 여름철 해안가에 지의류와 함께 발견되며, 일부는 큰 군락을 이루기도 하는데, 남극의 추운 환경에서 가장 잘 적응한 식물이다. 세종기지 주변에 나타나는 또 다른 꽃피는 식물은 남극개미자리로서 남극에 분포하는 유일한 쌍떡잎식물이다. 둥근 반구형으로 모여서 자라는데 35년에서 40년까지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극의 식물들은 강한 바람과 혹독한 추위에 견디며 살아가기 위해 키가 작다. 지의류나 선태류는 바위, 돌멩이, 땅에 붙어살며, 꽃피는 남극좀새풀과 남극개미자리도 10센티미터를 넘지 않는다. 열 손실을 줄이면서 최대한 많은 빛을 흡수하도록 면적이 최대로 넓게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짧은 여름 동안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며 번식하고 자기영역을 확장시켜 가기도 하며, 이끼와 남극좀새풀 처럼 서로 의지하며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살아가는 남극의 식물을 보며 다시 한번 생명의 신비를 느낀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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