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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랑] 천리포에 살면서

2018-10-30 기사
편집 2018-10-30 07: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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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과 천리포, 나에게는 꽤 오랜 인연이 있는 곳이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찾은 곳이다. 1974년 7월에 입대 후 첫 휴가를 나와 천리포수목원에 내렸다. 태안읍 입구에 들어서면 잔디 활주로를 갖춘 군용 비행장 옆을 지났고, 이는 태안에 다 왔음을 알리는 표지였다. 눈을 돌려 보면 꼭대기에 미군 레이더 기지가 있던 온통 바위투성이의 백화산은 잔디 활주로와 함께 당시에 내가 가진 태안의 첫 이미지였다. 나는 천리포수목원에서 첫 번째의 인턴학생으로, 내 인생의 여정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천리포수목원의 생활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2월에 3년 기한으로 천리포수목원에 다시 돌아왔다. 첫 방문이후 꼭 44년 만이다. 이번에는 군인이나 학생이 아니라 천리포수목원장의 신분으로 돌아왔다.

해수욕장 외에는 볼거리가 별로 없는 태안군은 안면도 소나무숲, 안흥 앞바다의 옹도와 학암포 인근의 대뱅이 등 섬과 해안은 현재는 물론이고 태안군의 미래를 위한 귀중한 자연자산이다. 안면도에는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큰 보배인 울창한 소나무숲이 있다. 이곳의 숲은 고려 때부터 궁궐과 병선을 만들기 위한 목재를 특별히 공급하기 위하여 나라에서 관리한 자연숲이다. 완만한 지형과 해안만을 지닌 태안군은 동해안 백두대간 지역의 금강송과 견줄 수 있는 매우 아름다운 숲이다. 안면도의 소나무 숲을 보면서 우리는 과연 200여년 전의 조상들처럼 가꾸는 노력을 했는가가 궁금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좋은 숲을 지키기만 할 뿐 태안군 도처에 더 아름다운 숲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을까? 앞으로의 삶과 여가의 패턴은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한 가지 선진국의 사례로 보아 가장 선호하는 여가패턴은 아름다운 자연을 접하는 것이다. 우리가 작정하고 현재에만 머물러 산다면 더없이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우리 태안군민은 무슨 선물을 남겨줄 수 있을까?

뛰어난 자연자산을 가지지 못한 태안군은 자체의 독특한 경관을 가진 곳을 살피고 체계적으로 보전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엄청난 규모의 예산투자나 대규모 건물신축이라는 잣대로 접근하는 일이 많은데, 이곳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곳이다. 천리포수목원은 조성한지 불과 30여년 만에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된 것은 태안군민에게 엄청난 시사점과 희망을 주는 일이다.

김용식 천리포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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