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유치 과열 현상을 빚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사업예산 축소와 지지부진한 사업추진으로 과학도 비즈니스도 확보하지 못한 채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과학벨트 거점 지구의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IBS) 본원 2차 건립 설계비가 전액 삭감된 것도 모자라 캠퍼스연구단 건립과 기초연구지원금도 대폭 축소돼 기초과학연구원은 물론 과학벨트사업 추진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내년도 과학벨트조성 사업의 정부예산안은 4868억 8700만원으로 요구안보다 1753억 5300만원이 감액됐다. 삭감된 예산안에는 IBS 본원 2차 건립에 필요한 설계비 47억원이 포함됐다.

당초 IBS는 본원 2단계 건립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1년까지 본원에 총 15개의 연구단을 채울 계획이었다. 현재 본원에는 5개의 연구단을 운영중이다.

하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설계비가 전액 삭감됨에 따라 당초 계획상 2차에 입주키로 한 7개의 연구단의 입주 시기는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위치만 다를뿐 본원 연구단과 동일한 개념의 지속적인 연구조직인 `캠퍼스연구단` 도 당초 계획에서 멀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학 실험실과 연구실을 혼용 사용하며 안전사고 위험속에 노출된 연구자들을 위해 25개의 독립된 건물 형태로 캠퍼스연구단을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으로 설계가 가능한 캠퍼스 연구단은 단 9곳(카이스트, 포스텍)에 불과하다. 연구공간이 없어 현재 각 대학 내 임시 공간에서 연구중인 5개 캠퍼스연구단(유니스트, 디지스트, 지스트)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한 캠퍼스연구단 관계자는 "캠퍼스 연구단을 건립해준다는 정부 말만 믿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지금까지 묵묵히 연구를 해왔다"며 "학교에서도 한시적으로만 공간을 무료로 주는 것이어서 정부에서 대책을 세워주지 않으면 연구단 존립 기반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연구를 위해 연구원들에게 지원되는 기초연구지원금(인건비, 장비비, 연구비)도 삭감되는 추세여서 연구 결과를 산업화하겠다는 과학비즈니스벨트의 당초 취지도 무색케 하고 있다.

한국당 정용기 의원실에 따르면 IBS 연구단별 평균 연구비는 2015년-2016년 80억원에서 지난해는 74억원으로 감액됐다. 올해는 74억원으로 그나마 동결됐지만, 내년에는 69억원으로 또다시 감액됐다. 이를 통합하면 최초 계획인 2712억원에서 2365억원으로 감액된 셈이다.

정 의원은 "연구단도 50개에서 30개로 줄고, 본원, 캠퍼스연구단 등 한 분야에서 예산이 이렇게 삭감되면 결국 과학벨트 사업은 반쪽짜리 사업이 되는것 아니냐"며 "2021년까지 사업이 정상적으로 완료되려면 지금이라도 삭감된 과학벨트 사업 예산을 살펴보고, 예산 증액을 위해 지역 정치권이 공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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