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관들이 굳은 표정으로 참석해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립유치원 비리 관련 감사 계획이 논의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관들이 굳은 표정으로 참석해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립유치원 비리 관련 감사 계획이 논의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 공개 결정에 학부모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인 반면 원장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당국은 18일 열린 전국 시·도교육청 부교육감회의에서 앞으로 기관명이 포함된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공개하기로 협의했다.

학부모들은 늦었지만 사립유치원의 투명성 강화와 비리근절을 위한 이번 결정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홍모(38·대전 중구) 씨는 "그동안 사립유치원에서 수많은 비리를 저지르는 동안 학부모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며 "앞으로 모든 감사 결과가 공개된다면 사립유치원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돼 교육당국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유치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모(35·대전 서구)씨는 "모든 감사 결과를 공개한다고 해서 매번 이를 확인하는 학부모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사립유치원을 원하는 학부모도 있지만 대다수 학부모들은 국·공립 유치원 확대를 원하고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정책이 시행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모든 사립유치원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처럼 되면서 억울한 유치원도 분명 있다"며 "무조건 사립유치원을 압박하기 보다 정부가 나서서 이들의 고충을 듣고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과 달리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로 인해 단순한 행정오류라도 감사에 지적되면 학부모들이 비리 유치원으로 오인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A유치원 원장은 "감사에서 단 한 건도 적발하지 못하면 감사담당자가 무능하다는 인식이 교육청 내에 팽배하다"며 "감사담당자들이 작은 것이라도 잡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상황에서 지적사항이 단 한 건도 나오지 않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부정수급 등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은 폐원해도 무관한데 소수 유치원 때문에 대다수 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으로 몰리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번 사태로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 무조건 비리 유치원으로 볼텐데 이런 부분에 대해 대책 없이 무작정 공개만 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처사"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B유치원 담당자는"인근 공립 단설 유치원은 원생이 100명도 안 되는데 회계담당 행정직원이 5명이다. 반면 우리는 원생이 200명이 넘는데 원장과 서무교사 1명이 회계를 담당하고 있다"며 "공립 유치원 교사는 1년에 30여 일을 쉬는데 사립은 대체교사가 없어 10일도 쉬지 못한다. 물가는 상승하는데 유치원비도 올리지 못하는 등 열악한 조건을 만들어 놓고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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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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