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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야기] 건축을 보는 눈

2018-10-17기사 편집 2018-10-17 07: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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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쌀쌀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계절이 왔다. 한해의 끝을 향해 시간은 바삐 흐르고 있다. 1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순식간(瞬息間)의 '순'은 눈 한 번 깜빡거리는 데 걸리는 시간, '식'은 숨을 한 번 내쉬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며, 24찰나에 해당한다고 한다. '찰나(刹那)'는 산스크리트어 '크샤나(ksana)'를 음역한 말로 지극히 짧은 시간을 말하며 75분의 1초(0.013초)에 해당한다고 한다. 순식간을 잡아내는 예술이 있다. 바로 사진이다. 잘 알려진 세계적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은 사진의 미학은 '결정적 순간'의 포착에 달려 있다고 했다. 요즘은 사진 찍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청명한 하늘과 가지각색의 단풍이 피사체의 좋은 배경이 돼준다. 건축사들은 건축물이 완성되면 건축 작업을 사진에 담아 좋은 순간을 영구 동결시키려고 한다. 건축물은 완공되는 순간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망가지기 때문이다. 보기 좋게 풍화되기도 하지만 여러 모습으로 변형돼 원래모습을 잃기 쉽다. 필자도 며칠 전 최근에 완공된 단독주택을 건축사진 전문작가에 촬영을 의뢰 했다. 건축사진 촬영을 의뢰할 때는 작가에게 건축도면과 사진들을 보낸다. 미리 건축물의 구성을 이해시키기 위함이다. 설계자의 의도를 잘 읽어내어 사진에 잘 드러내는 것으로 건축사진 전문작가들의 능력을 평가 할 수 있다. 그들은 하루 종일 태양의 움직임을 쫓아 건축물과 빛이 잘 맞아떨어지는 결정적인 순간을 렌즈에 담아낸다. 날카로운 직감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작업 이다. 카메라 렌즈가 사물을 보는 범위는 사람의 눈과 차이가 있다. 카메라의 성능과 렌즈의 종류에 따른 화각과 화질의 범위 안에서 작업이 이루어진다. 사진작가는 그 범위와 한계를 잘 알고 구도를 잡기 때문에 설계자가 생각 하는 좋은 구도와는 사뭇 다를 수 있다. 작업이 끝난 사진 파일을 받아 확인해 보면 눈으로 보던 건축물의 이미지와는 다른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책으로 접한 건축물의 이미지만으로는 건축물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기 마련이다. 직접 가서 눈으로 봐야 한다. 건축을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여행을 통해 좋은 건축물을 체험 하는 것 이라고 생각 한다. 눈으로만 보는 경험에서 머물면 안 되고 몸으로 느끼고 내 자신의 건축을 돌아보는 체험이 돼야 한다. 사진으로만 보던 건축물을 실제 눈으로 보고 체험해 보면 사진의 이미지보다 실제가 더 좋은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건축물은 어떤 각도 어떤 순간에 보여 지는 정지된 이미지로 평가 할 수 없는 것이다. 건축물 안에서 삶을 살아가며 체험 돼 지고 거기에 시간의 켜가 더해진 후 비로소 평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한다. 심지어 세계적인 거장들은 고대건축의 폐허를 보고 건축의 원점을 발견한다고 하니 좋은 건축물을 설계 한다는 것이 더없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조한묵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건축사사무소 YEHA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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