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등 변수 많아 첫삽 뜨기 전 숨고르기 필요

남북이 고위급회담에서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늦어도 올해 안에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대북제재 등 변수가 많아 정부는 신중한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발표된 남북 합의문에 따르면 양측은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10월 하순부터, 동해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11월 초부터 착수하고 동·서해선 도로 공동조사 일정은 문서교환의 방법으로 확정한다. 철도 현지 공동조사 일정은 조사가 진행되는 데에 따라 연장하거나 필요한 경우 추가 조사 일정을 협의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남북 경협 일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지만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 역시 착공식이 바로 공사 진행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칫 속도 조절에 실패하면 대북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과 관계가 어색해질 수 있다. 착공식 이후 공사가 어려운 동절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비핵화 이행과 대북제재 완화 등 숨고르는 시간으로 삼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국토교통부와 철도시설공단 등 관계기관들도 말을 아끼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일부가 북측과 협의를 조율하고 있기 때문에 딱히 할 얘기가 없다. 조사 일정이 나오면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도 "앞으로 실행계획이 어떻게 진행될 지는 통일부와 국토부 등 관계부처 협의가 끝난 후 구체적인 얘기가 내려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아산시을)은 "남북 철도 연결은 참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아는 것도 없지만 안다고 해도 국토위 위원이나 국토부 누구나 코멘트 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언제 어디서부터 연결되냐 하는 문제는 부동산도 관련 있고 각 기초·광역 할 것 없이 관심이 커 확실한 것 아니면 말하지 말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관계에서는 남한 지역에서 이뤄지는 철도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공동조사를 진행하면서 대북 제재를 신경 쓸 필요 없는 국내 구간부터 먼저 공사를 서두르자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현재 3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신규사업으로 반영돼 있는 동해선 건설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야 하지만 남북협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예타를 건너뛰고 바로 공사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동해선은 부산에서 출발해 강릉을 거쳐 북한 원산과 나진을 지나는 철도망으로 강릉에서 제진까지 104.6㎞ 구간을 새롭게 깔아야 한다. 사업비만 2조 3490억원에 달하고 완공까지 8-10년 정도가 예상된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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