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봤던 개그 프로그램 중 연기자가 다소 황당한 주제를 갖고 더 많은 방청객을 호응을 얻기 위해 논쟁을 벌이는 코너가 있었다. 어느 날의 논쟁 주제 중 "당신이 조선시대 왕으로 살 수 있다면 현재의 삶을 버릴 것인가"라는 것이 있었다. 현재 대기업 과장 정도의 삶과 조선시대 왕의 삶을 비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치열한 논쟁을 지켜본 방청객들은 218 대 216의 근소한 차이로 현재의 삶을 택했다.

생활의 편리함만을 기준으로 보면 현대인들의 삶은 신분시대의 귀족들만이 누렸던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비 에너지 측면에서 보면 현재 평균적인 미국인들은 1인당 174명의 가상의 노예를 부리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의 조선 실학자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 의하면 `지금 궁궐에는 환관이 335명이고 궁녀가 684명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고종 말기에는 경제사정이 안 좋아 궁녀 수는 200명 정도였다고 하는데 보통 궁궐에는 3대 또는 4대에 걸친 왕족들이 대가족을 형성하였을 것이니 추정컨데 직계 왕족 1인에게 할당된 환관/궁녀의 수는 지금의 미국인들이 부리고 있는 가상의 노예 수 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왜 방청객들이 조선시대 왕의 삶보다 현대인의 삶을 선택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수치적 설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에너지는 모든 생명체 생존의 필수적 조건이고 에너지를 점유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곧 그 생명체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필자의 전공인 우주로 돌아와서 보면 우리의 주변에서 가장 큰 에너지의 원천은 핵융합 발전소인 태양이다. 지구는 태양이 만드는 에너지의 22억분의 1만을 받고 있지만 그 크기는 174페타(17.4경) 와트다. 만일 태양이 지구에게 주는 에너지를 한 시간만 모을 수 있다면 인류는 1.4년 동안 전기를 포함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에 대해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를 위해 버려지는 에너지를 회수 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를 `에너지 하베스트`(에너지 수확)라고 부른다. `에너지 하베스트`의 대표적인 기술은 태양전지를 이용한 지상태양광발전이다. 그런데 지구상에서는 위도가 높아질수록 햇빛의 강도는 약해지고, 날씨에 따른 영향과 낮에만 한정되게 전력을 생산 할 수 있는 등 제한이 많아 과학기술자들은 우주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우주태양광발전을 구상했다. 우주태양광발전은 거의 365일 24시간 발전이 가능해 지상태양광발전 보다 10배 이상 효율적일 뿐 아니라 영토가 작은 우리나라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에너지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우주태양광발전은 대형 핵발전소 규모인 2기가(20억) 와트급으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고도 3만6000km의 정지궤도에 3km x 3km 크기의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는 것 외 여러 기술적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주로 필요한 자재들을 수송하는 비용이다. 최근까지도 1kg의 탑재물을 우주에 올리기 위해서는 발사 비용만으로도 수 만 달러가 필요하다. 수 만 톤 무게가 될 우주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수백조원의 발사비용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최근 스페이스 엑스가 개발한 `펠콘 헤비` 발사체는 발사비용을 1kg 당 4000달러대로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만일 발사비용을 여기서 10분의 1로 더 낮출 수 있고 우주태양광발전소의 무게를 1만톤 이하로 줄일 수 있다면 발전단가는 핵발전소 보다 훨씬 낮아지게 된다.사실 우리가 구상하고 있는 우주태양광발전소, 우주호텔, 우주거주지 등과 같은 거대 우주구조물의 건설이나 우주광물 채취 등 다양한 우주 사업들의 경제적 타당성을 결정하는 관건은 발사비용이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방탄소년단이 세계투어를 하려는데 천문학적인 항공료 때문에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갈 수 없는 경우와 같다.

다가오는 10월 25일, 우리나라가 최초로 개발한 75톤 액체로켓엔진을 검증하기 위한 비행시험이 있다. 이 시험이 성공 하게 되면 2021년에 3단형 한국형발사체를 두 번 발사 할 계획이다. 이번 시험발사는 우리나라가 우주개발을 위하여 발사체 비용을 고민해야 하는 나라로 진입하는 첫 관문이 될 것이며 이 시험발사의 결과에 따라 저 너머 우주에서 우리의 발사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팬들의 기다림의 시간도 결정 될 것이다.

최준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연구본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