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최근 도수치료를 받은 환자가 보험사기로 사법당국 처벌을 받은 것과 관련해 금융소비자들도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유의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의료실비보험을 통해 도수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미용시술을 도수치료로 청구하거나 도수치료 횟수를 부풀리라는 권유를 의심 없이 받아들인 것만으로도 보험사기범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금융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보험 약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금융소비자를 제3자가 보험사기에 악용한 사례인 것이다.

금융소비자가 금융상품과 관련해 제기하는 민원 중 가장 많은 부분이 바로 보험관련 계약이다. 그 원인도 `상품설명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종신보험인줄 알았으나, 저축성 보험에 가입됐다`, `본인이 자필서명을 하지 않았다`, `설계사 사후관리가 부실하다` 등 다양하다. 이렇듯 보험계약과 관련해 금융소비자가 사기범이 되기도 하고 금융민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은 상당부분 보험계약의 복잡성에 기인한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금융상품이지만 자신의 보험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다면 오히려 금융소비자에게 현재의 문제를 안겨주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상품은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훨씬 더 장기간에 걸쳐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고 상당히 오랜 기간 이후에 보험금을 수령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상 계약의 필요성을 사전에 완벽하게 판단하기 어렵거나, 가입 당시 중요한 계약 조건을 꼼꼼히 살펴보지 못할 수 있다. 또한 보험 가입기간 중 약관에서 정한대로 계약자가 준수해야 하는 여러 가지 조건도 있지만 이러한 사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렇게 복잡한 특성을 가진 보험 상품을 대부분의 금융소비자가 자발적인 의사로 가입하기 보다는 지인인 보험설계사의 권유를 받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상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보험 계약을 체결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험설계사에게 계약체결과 관련한 모든 것을 맡겨놓고 계약의 중요사항 등을 직접 챙겨보지 않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비록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험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가입자가 이를 근거로 완전하게 보호받을 수 없으며, 통상 계약이 성립되면 이를 취소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계약의 변경은 거래관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거래상대방의 지위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에 법적 안정성을 위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계약을 취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보험계약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금융소비자는 보험 상품 가입 시 해당 보험 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보험상품 필요성에 대해 따져본 후 상품을 선택해야 하겠다. 보험설계사 등 주변의 조언과 상품가입 권유는 단지 참고할 사항에 불과하다. 또한 보험 상품 가입에 따른 의무사항에 대해 보험설계사 등을 통해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보험사에 반드시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보험 혜택을 받는 과정에서도 제3자가 과도한 보험금 청구를 유도하거나 보험 계약 범위를 벗어난 요구를 할 경우 보험사기를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러한 작은 관심만으로도 보험사기에 연루되거나 보험계약과 관련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한윤규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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