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가 잦은 영업사원 김모씨(34)는 식사와 곁들어 맥주 한병을 마시는 날은 으레 핸들을 잡았다. 정신이 멀쩡한데 대리운전을 불러 귀가하는 것이 내심 아깝다는 생각에서였다.

핸들을 잡는 것이 불안할 때는 핸드폰에서 음주단속을 하는 교통서비스 어플을 가동하는 꼼수도 썼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운전을 하던 김씨는 지난 6월 운전 중 앞차를 들이박은데 이어 7월에도 또다시 음주 후 핸들을 잡았다가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

김모씨는 "지금까지는 음주운전이 나쁜것은 알았지만, 운전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는 경향이 많았다"며 "처벌수준이 선진국처럼 높으면 음주 후 핸들을 잡을 생각은 아예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음주운전 재범 사고가 전국적으로 매년 끊이질 않는 가운데 최근 3년간 대전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 중 44%가 재범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6만 3685건으로 그중 44%인 2만 8009건이 재범사고였다. 특히 3회 이상 재범사고는 1만 1440건으로 재범사고의 40%를 차지했다.

대전의 음주운전 사고 추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3년간 대전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 중 40% 이상이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재범자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5-2017년 3년간 대전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936건이었다. 이 중 재범사고가 847건으로 43.7%를 차지했다. 3회 이상 재범사고는 360건으로, 이는 재범사고 중 42.5%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지난해 대전지역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1명으로 최근 3년간 큰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다. 반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부상자 수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349명, 1215명, 954명을 기록해 점차 감소하는 추이를 보였다.

충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충남에서 최근 3년간 일어난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4327건으로 경기도(1만 5818건), 서울(9144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음주운전 재범사고 역시 1951건으로 전국에서 4번째로 높았다. 재범사고 1, 2위는 경기도와 서울이 차지해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할수록 재범사고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음주운전은 한 가정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범죄임에도 처벌 수위가 낮다는 비난 여론에 자주 오르내렸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음주운전 교통사고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26만명 넘는 국민들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면 징역 1-3년, 최대 4년 6개월을 넘지 않는다는 양형 기준을 정해 놓고 있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사망사고를 일으킬 시 최대 10년의 징역형으로 보다 높은 처벌 기준이 적용된다. 워싱턴 주의 경우 최대 종신형까지도 선고할 수 있다.

박미랑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음주운전 사범들은 대체로 상습범들이 많다. 상습범들이 잘 체포되고 있는지, 제대로 된 수위의 처벌을 받고 있는지 등의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처벌수위가 약하고 음주운전 단속도 그다지 활발하지 못한만큼 상습범에 대한 가중처벌을 강화하고, 음주운전 검거율을 높일 수 있을 만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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