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미술관 내일부터 '파리의 한국 화가들 1950-1969'展

김환기 XI-69 #130(1969) ⓒWhanki Foundation · Whanki Museum / 자료제공=이응노미술관
김환기 XI-69 #130(1969) ⓒWhanki Foundation · Whanki Museum / 자료제공=이응노미술관
올해는 1958년 이응노가 유럽으로 건너간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이응노미술관은 12일부터 12월 26일까지 대전이응노미술관에서 그의 도불(渡佛) 60주년의 해를 맞아 도불 화가들을 조명하는 `파리의 한국 화가들 1950-1969` 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1950-60년대 도불한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들 이응노, 박인경, 이성자, 한묵, 김흥수, 남관, 김환기, 권옥연, 방혜자의 회화 작품을 한자리에 선보인다.

해방 이후 파리는 한국의 모더니스트들이 꿈꾸는 현대미술의 이상이었다. 이응노 포함 1950-60년대에 파리로 진출한 한국의 화가들은 그동안 일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만 접해오던 서양 모더니즘 미술운동의 흐름을 현지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었고 그 동향을 한국에 소개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 유학을 통해 서양화를 접했던 이응노, 김흥수, 남관, 권옥연, 김환기, 한묵 등은 일본식 서양화풍을 떨치고 프랑스 작가들과 대면하면서 최신의 미술양식을 흡수할 수 있었다. 따라서 당시 `도불`이라는 행위가 가졌던 가장 큰 의의라면 서양미술계와의 직접적 접촉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통해 입체주의, 앵포르멜, 초현실주의 등 서양 모더니즘 사조가 국내 화단에 부지런히 소개됐고, 이는 1950-60년대를 거쳐 앵포르멜 운동 등 한국추상미술 발전의 마중물이 됐다.

특히 김창열의 경우 한국 앵포르멜 운동의 산 증인으로써 이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가 중 한명이다. 김창열의 대표작은 1972년 파리에서 시작된 물방울 연작이다. 회화 전면을 고루 사용하고 미니멀한 표현을 강조하는 방식에서 미국 미니멀리즘 회화의 영향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작가는 파리 체류시절 캔버스 뒷면에 맺힌 물방울에 영감을 얻어 이 시리즈를 창안했다. 이 작품은 모방 기능을 버리고 물감과 평면의 특성을 강조하는 현대회화의 원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이들이 얻은 결실이 1970-80년대를 거쳐 한국현대미술의 주류가 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중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현지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이응노와, 현재에도 프랑스를 중심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박인경의 경우는 특히 눈에 띄는 예술 활동 사례다. 1960년 파리에 정착한 후 이응노는 파리라는 새로운 자극 속에서 기존의 화풍과 결별해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기 시작한다. 종이를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이응노의 1960년대 파리시절의 종이 콜라주 작품은 놀라운 창의성을 보여준다. 겹겹이 붙인 종이들을 긁어내고 밑에 있는 종이들을 드러내 다층적 질감을 만들거나, 또 그 위를 먹이나 안료로 채색해 물감의 대용품처럼 종이를 사용한 점은 매우 독창적이다. 박인경의 작품은 자연을 단순화해 추상으로 표현하는 박인경 화백 특유의 추상 원리가 잘 드러난 그림으로 산수화의 운치와 추상화의 혁신이 공존하고 있다. 경쾌한 운필로 형상을 간략하게 그려내고 수묵 본래의 발묵적 특성을 사실적 묘사와 조화시키면서 반추상에서 추상으로 옮겨가는 과도기적 양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한 초기 서구 모더니즘 미술 수용에 큰 역할을 했던 김환기, 남관, 김흥수, 권옥연, 한묵, 김창열의 예술은 이제 한국 추상미술과 동의어가 된지 오래다. 이성자, 방혜자는 당시 남성 기성화가들이 주를 이루던 도불 행렬에 동참한 여류화가들로 프랑스 화단에서 성장하고 성공한 동시에 한국미술의 새 영역을 개척한 화가들이다. `파리의 한국화가들 1950-1969`는 이들의 업적을 재조명하며 2018년에 60주년을 맞은 `이응노 도불`이 갖는 시대정신과 미술사적 의의를 조명한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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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물방울의 형태(1978) 천에 유채 / 자료제공=이응노미술관
김창열 물방울의 형태(1978) 천에 유채 / 자료제공=이응노미술관
이성자 무제(1960) 캔버스에 유채 / 자료제공=이응노미술관
이성자 무제(1960) 캔버스에 유채 / 자료제공=이응노미술관
박인경 무제(연도미상) 종이에 수묵담채 / 자료제공=이응노미술관
박인경 무제(연도미상) 종이에 수묵담채 / 자료제공=이응노미술관
이응노 구성(1961) 종이 콜라주 / 자료제공=이응노미술관
이응노 구성(1961) 종이 콜라주 / 자료제공=이응노미술관

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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