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기의 중요성은 수십 년간 이 분야 전문가와 교류하며 또 관련 문헌을 뒤적이며 가정과 직장과 사회에서 오랫동안 실천하며 얻은 결과이다. 책 읽어주기는 듣기 훈련과 인격 형성에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도 "어른이 그들 자손과 사회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필자는 날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생활이다. 어린아이에서 어르신들에게까지.

실제로 책을 읽어줄 땐 예외 없이 짧은 순간에 공감한다. 어린이들은 너나없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예 열광하기까지 한다. 다시 찾아가면 인기 연예인이 나타난 것처럼 환호한다. 또 주말이면 부모에게 졸라서 서점으로 일부러 찾아온다.

청소년이나 어른들도 예외 없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다가 바로 집중하고 감동한다. 그리고 곧바로 죽마고우처럼 편안한 관계가 형성된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신뢰가 쌓이는 경우가 있을까. 이는 분명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이를 통해 집중력이 자연스럽게 좋아지면서 책을 좋아하게 되고 또 수업태도까지 좋아져 선생님들을 신나게 해준다. 그러니 실력도 좋아질 수 밖에. 이 또한 수없이 증명된 것이다.

우리가 쓰는 모국어도 들어서 결정됐다. 배운 것이 아니다. 그러니 듣기만 그랬겠는가? 전문가들은 듣기가 가치관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렇게 읽어주기가 중요한데 그럼 어떤 것을 읽어주고 어떻게 들려줘야 할까. 안 읽어주는 것도 문제지만 실제 현장에선 잘못 읽어줘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엔 책을 읽어주는 방법을 전문가들(어린이도서연구회)이 정리해 놓은 것과 현장에서 읽어주며 느낀 것을 함께 정리해 보겠다.

우선 기본적으로 책 이름, 지은이, 출판사를 자연스럽게 읽어주고 출판연월일(책 나이, 생일)을 아이의 나이와 생일에 견줘 읽어주면 더욱 좋아한다. 특히 주의할 점은 공부를 시킬 목적으로 책 읽어주기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책 읽어주기는 하나의 놀이가 돼야 한다. 그래야 좋아하고 자연스럽게 빠져들어 간다.

두 번째로는 하루에 15분 정도가 적당하다. 그림책으로 치면 2-3권 정도다. 좀 더 읽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계속 읽어달라고 조른다든가 부모의 욕심이 더해져서 독서 영재를 만들겠다고 지나치게 읽어주다 보면 책에만 빠져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어릴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놀이를 통한 고른 신체와 사회성 발달인데 놀지 않고 책만 보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또래와 어울려 지내는 것이 중요한데 조그마한 갈등도 싫어하고 자기보다 지적 수준이 떨어지면 무시까지 한다. 그러니 사회성 발달에 매우 나빠질 수밖에. 외곬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절제가 필요하듯 책이 아무리 좋아도 적당한 양에서 멈추는 절제를 반드시 하게 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아이가 스스로 고른 것을 존중해줘야 한다. 그런데 아이에게 책 읽어줄 테니 가지고 오라면 늘 같은 책을 가져온다고 엄마는 화를 낸다. 편식이 나쁘듯 편독도 나쁘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음식은 꼭꼭 반복해서 씹어먹어야 소화가 잘돼 건강에 좋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보는 것이 이런 이치와 같다. 식물이 뿌리를 깊이 잘 내려야 가지가 튼튼하게 자라고 열매가 잘 맺힌다. 엄마는 늘 그 엄마라야 좋은 것 아닌가.

네 번째로는 자연스럽게 읽어줘야 한다. 특별히 동화구연을 할 필요는 없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옛이야기 들려주듯 또 가족끼리 자연스럽게 대화하듯 읽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렇게 해줘야 즐거움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런데 온갖 손짓발짓 분장 등에 현란한 행위를 해야 아이들이 좋아하지 그렇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어주면 아이들이 싫어한다고 엄마들을 불안하게 하고 기를 죽인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엄마는 금방 지쳐 포기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그냥 수수하고 아무 때나 비비고 안길 수 있는 엄마가 최고다.

이번 글에 못 다 쓴 `그림책 읽어주는 방법`은 다음 글로 이어진다.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