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를 낚기 위한 미끼, 논술

내신국어, 수능국어영역, 학생부 글쓰기, 수시논술 시험은 그 역학관계를 알면 네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각각의 시험형태로 보면 별개의 공부로 여겨지겠지만 사실 이 네 마리 토끼는 모두 `국어 능력`을 바탕으로 한다. 겨울 눈밭에서 토끼몰이를 해본 사람은 토끼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국어 학습의 원리를 알면 현행 입시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평지에서 빠르게 도망치는 토끼를 잡기는 참으로 어렵지만 토끼의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훨씬 길어서 오르막엔 날쌔도, 내리막에는 어설프고 느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토끼를 내리막으로 유인해 손쉽게 잡을 수도 있다. 이렇듯 내신국어·수능국어영역·수시논술·학생부 글쓰기에도 토끼의 짧은 앞발처럼 약점이 존재한다. 그 점을 차근차근 방비한다면 `국어능력`이라는 대어를 포획할 수 있다.

현행 입시를 보면 대체로 내신 〈 학생부 〈 수능 〈 논술 순으로 공부의 순서를 가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래서 눈앞에 닥친 내신부터 준비하고 수능과 논술은 고3이 돼서야 다급하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언어발달 과정과 학습의 순서, 범위 등을 고려하면 논술 〈 수능 〈 학생부 〈 내신 순으로 학습해야 더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시기적으로 초등시기에 사고력과 표현력을 중심으로 하는 논술능력을 기르고, 중등시기에 수능 국어학습의 기초가 되는 문학 감상능력, 비문학 정독능력, 어휘 추론능력 등을 길러줘야 더 수월하게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준비 없이 임하는 학생에 비해 국어학습 시간을 두세 배 이상 단축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학습 시기와 콘텐츠의 제약 때문에 미리 체계적으로 준비해 나가는 학생의 비율이 채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여전히 수학, 영어만 잘하면 된다는 낡은 고정관념도 한몫 거들고 있다.

물론 초등시기에 논술을 배워봤자 얼마나 깊이 공부할 수 있느냐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논술의 결과물이 고난도의 창의·융합적 문제해결능력이나 입시논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니며 의사소통능력과 언어능력을 기초적으로 다져야만 그 궁극적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초등시기의 논술학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한국어 구사력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은 한자어, 고유어, 외래어 삼중의 어휘체계와 국어 11문장구조의 육화과정에 있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한국어 상용한자(1800자)를 음독 추론해 의미를 정확히 독해하는 어휘력부터 길러줘야 한다. 그리고 의미단위, 구절단위 끊어 읽기를 통해 난해한 문장을 간소화하며 재구성하고 일반화해 읽을 수 있는 정독능력을 형성시켜줘야 한다. 이것은 복잡하게 생각하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쉽게 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이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흥미로운 책을 선택하게 하고 함께 소통하며 읽어나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함께`라는 점인데 그 이유는 함께 그 책에 대해 대화하는 과정에서만 독서의 깊이와 이해력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좋은 독서교사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흥미와 독서수준에 맞게 양서를 고를 수 있도록 돕고 사실적 읽기능력 정도를 관찰해 아이 스스로 내용을 자각하며 읽도록 보조하면 된다. 이때 독서량이 주당 2만 자 이상으로 늘어나면 낯선 한자 어휘와 길고 복잡한 문장구조를 놓치는 일이 흔하므로 간과하지 말고 다시 정교하게 의미를 파악했는지 확인하고 짚어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어능력과 사고력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은 주당 3000자 이상 글쓰기와 주당 30분 이상의 논쟁을 통한 마무리다. 그렇게 습관화되면 초, 중학교 시기의 논술은 인생에서 `산삼`보다 값질지 모른다.

이러한 독서능력과 표현능력의 기초 위에서 중1부터 고1 시기까지 주당 2만 자 이상 꾸준히 문학 감상과 비문학 독해 연습을 해나가야 네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국어능력의 기틀이 마련된다. 하지만 이때 눈앞의 내신경쟁에 치우쳐 미봉책으로 공부하려 한다면 분명 역효과를 감수해야만 한다. 소위 `국포자`라 불리는 아이들의 특징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내려 읽지 못하거나 다 읽고도 줄거리나 주제를 정리하지 못한다. 또 주요개념을 배워도 다른 지문에 적용하지 못하고 문제풀이의 시간 안배도 되지 않아 치명적인 입시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최강 미담국어논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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