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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재밌는 문화재] 전통건축에 숨어있는 감재(減災)의 지혜

2018-10-05기사 편집 2018-10-05 07: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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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우리나라 지진관측 역사상 가장 큰 지진이 발생했다. 그 규모는 5.8로 TNT 폭탄 50만톤에 해당한다. 이렇게 보면 매우 큰 피해가 발생할 것처럼 보이지만, 일본과 같이 건물이 붕괴되거나 다리가 무너지는 등의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지진이 발생한 곳이 땅 밑 약 15km로 매우 깊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작년 11월 포항에서는 규모 5.4의 지진이 또 한 번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선 지진보다 더 큰 진동이 느껴졌고, 더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규모는 TNT 약 10만톤이 터지는 것과 같은 정도로 앞선 경주지역 지진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지진이 발생한 곳이 땅 밑 9km로 더 얕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지진에서 나타난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래된 목조 한옥의 피해가 적었다는 점이다. 왜일까?

지진이 만들어내는 충격파는 진동이다. 이 진동은 전후방향 또는 앞뒤방향으로 울리기도 하지만, 간혹 위아래 방향으로 흔들리기도 한다. 이 충격은 땅속의 단단한 암반을 거쳐 돌과 흙을 지나 우리가 사는 건물의 기초로 전달되고, 그 진동은 다시 우리가 앉은 바닥이나 의자로 전달된다. 따라서 콘크리트나 벽돌처럼 지면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고, 벽돌과 벽돌사이가 시멘트로 완전히 밀착되어 있듯이 그 진동 또한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런데 한옥은 좀 다르다. 건물을 짓기 전 땅을 다지고, 그 위에 돌로 된 초석을 놓은 뒤 기둥을 세운다. 기둥은 초석과 붙어는 있지만 하나로 일체화 되어 있지 않다. 무엇보다도 기둥은 나무이고, 그 위에 올려진 대들보며 서까래 모두 나무다. 나무는 돌에 비해 충격을 더 많이 흡수한다. 때문에 지진으로 인한 진동이 기둥을 타고 오르며 많이 줄어들고, 나무와 나무가 만나 결합된 구조라 유연성이 높아 역시 진동을 흡수한다.

돈암서원 내삼문에는 여기에 더하여 진동에 잘 버티게 하는 보강 장치가 설치됐다. 흔히 '가새'라고 불리는데, 기둥과 기둥을 'X'자 모양으로 버티게 만드는 장치로, 현대건축에서 내진설계에 종종 사용하는 기법이다. 한옥에 적용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가새는 진동 뿐만 아니라 바람과 같은 횡력(橫力)에도 잘 버티게끔 하는 효과가 있다. 한편 내삼문 좌우에 위치한 담도 특이하다. 아래는 큼지막한 돌들이 3,4단 쌓여 있고, 그 위로 기와와 돌, 한자(漢字)로 멋을 내었다. 이 역시 밑에서 전달되는 진동이 효과적으로 흡수될 수 있는 구조이다.

지난 두 번의 지진을 거치면서 건축물의 내진 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래서인지 새삼 우리 옛 건축에 눈길이 간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 한 복판에도 첨성대를 비롯해 불국사 삼층석탑, 기림사 대적광전, 분황사 모전석탑 등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건축처럼 높이 짓지는 못하지만 지난 수 백 년의 세월을 무사히 버텨낸 오래된 옛 건축을 보고 있노라면, 그 수많은 시간 동안 무수히 많은 지진과 폭풍, 비바람을 견뎌내었을 것인데, 어찌 이렇게 잘 서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선조들은 이미 경험으로 이러한 '가새'를 이용한 재해 피해를 줄이는 지혜, 즉 '감재'의 지혜를 살려 우리 건축에 적용해 왔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 옛 건축은 우리가 아직 현대적인 공학 지식과 과학으로도 풀지 못하는 감재의 기법을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오늘도 옛 건축에 대하여 연구하고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상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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