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게임

데이비드 월러·루퍼트 영거지음/박세연 옮김/웅진 지식하우스/296쪽/ 1만6000원

지난 2015년 9월.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가`가 터졌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폴크스바겐 디젤차의 배기가스 저감 장치가 조작됐다는 것을 적발한 것. 폴크스바겐은 `휘발유보다 깨끗하면서도 저렴한 클린 디젤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를 차지했던 터라 그 파장은 더욱 컸다. 이후 폴크스바겐은 막대한 손실은 물론 줄 소송과 보이콧에 시달려야 했다. 폴크스바겐이 단숨에 추락한 것은 기술력 때문이 아니었다. 속임수로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문제 원인을 일부 직원에게 떠 넘긴 데서 비롯된 `비도덕적이고 무책임한 기업`이라는 평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수많은 기업이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기술 혁신에 매진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평판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땅콩 회항` 이후 지속된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BMW는 잇따른 차량 화재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떠 넘겨 국내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반면 오뚜기는 `갓뚜기`로 대표되는 착한 기업 이미지를 가진 이후 10년 만에 2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무엇을 얼마나 가졌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어떤 평판을 가졌는가가 일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세계적인 평판 전문가 데이비드 월러와 루퍼트 영거가 10년간의 연구 끝에 `평판 게임`을 출간했다.

인간관계에서 비즈니스까지, 평판은 돈보다 중요한 자산이다.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실력을 쌓고, 피나는 노력을 하지만 치밀한 전략이 동반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 책은 평판이 비즈니스를 포함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임을 밝히고, 이를 활용해 유리한 흐름을 만드는 비법을 알려준다.

그 비법은 3가지다. 행동과 네트워크, 스토리가 그것이다. 행동이 모여 네트워크로 퍼져 나가고, 그 중 매력적인 스토리를 지닌 것만 살아남아 평판으로 자리 잡는다. 어느 하나만 바뀌어도 평판을 다루는 법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행동과 네트워크, 스토리가 모여 하나의 평판을 만드는 과정이 2부에서는 이를 활용해 실전에서 원하는 평판을 이끌어 내는 법을 제시한다.

대통령부터 교황, 글로벌 기업, 마피아, SNS 스타에 이르기까지. 평판으로 상황을 뒤집고 최후의 승자가 된 이들의 일화가 풍성해, 흥미를 자아낸다.

저자 데이비드 월러와 루퍼트 영거는 "우리는 모두 평판 게임의 선수"며, "평판은 쌓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능력이 아닌 평판이 가치를 결정한다는 주장에 다소 힘이 빠지고, 다양한 사례를 제시했지만 국내가 아닌 해외 기업과 인물에 초점을 맞춘 탓에 국내 환경에 맞는 평판을 좋게 만드는 전략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은것이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우리가 평판 게임의 한 가운데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매 순간 사람들의 평가 속에서 살아가는 이때 평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책이 나왔다는 점에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길잡이가 돼 줄 것이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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