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서산시의회 임재관 의장에 이어 같은 사건에 연루된 자유한국당 장갑순 의원이 부의장에 선출된 건 볼썽 사납다. 시의회는 그제 더불어민주당 이수의 의원의 셀프 사퇴로 공석이 된 부의장에 장 의원을 뽑았다. 단독으로 출마한 사실도 수상쩍지만 전체 의원 13명 중 8표를 얻어 당선된 사실은 더욱 의아스럽다. 안 그래도 서산시의회는 지난 7월 원 구성을 하면서 자리 배분을 놓고 힘 겨루기를 하다가 민주당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직을 독차지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협치라는 명목으로 절충한 듯 한 데 이쯤 되면 짬짜미라는 의혹을 사도 변명하기 군색하게 생겼다.

9월 초 터진 꽃뱀 사건의 충격파는 서산 지역사회 차원을 넘는다. 서산시 A치킨 집 여주인 B씨가 술에 취한 남자 손님 3명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수천만 원의 돈을 뜯어낸 사건이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유명인사가 줄줄이 연루됐고, 장 부의장은 이 여주인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준 당사자로 알려져 있다. 피해자라고 항변할 게 아니라 자숙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도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의장단으로 합류했으니 시민들의 말문이 닫히는 게 당연하다. "부의장 출마는 개인의 명예가 아니라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함"이라는 출마의 변에 누구 하나 납득할지 의문이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뒤 8대째 지방의원을 선출했건만 갈 길이 얼마나 먼지 보여주는 사례다. 의결·입법·감시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함에도 제 얼굴에 침을 뱉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17만 시민의 상징이자 의회의 간판인 의장단에 불미스런 사건에 직접 휩싸인 인물이 앉아 의사봉을 두드리게 생겼으니 보통 민망한 게 아니다. 선출직이라면 의정 능력에 앞서 도덕성이 먼저다. 시정잡배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앞에 나서기 보다 자숙하는 체라도 하는 게 순리요, 세상사다. `상식이 통하고 원칙이 바로서는 의회상 정립`을 외쳐온 서산시의회 모토가 참 거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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