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엔드릭 쇤((Yan Hendrik Schoen)은 한때 독일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천재 물리학자였다.

그는 한해 한편도 쓰기 어려운 논문을 그는 8일에 한 편 꼴로 썼다. 그 중 17편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 잡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실렸다.

그의 주된 연구 주제는 `얇은 유기 색소 분자층을 이용한 트랜지스터 제작`. 반도체를 만드는 주 재료는 무기물인 실리콘이지만 그의 연구가 성공하면 탄소, 산소 같은 유기물로도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실리콘으로는 불가능한 작은 크기의 분자 하나로 만들어진 유기물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던 그는 30세 때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까지 거론됐지만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스타 과학자에서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Fritz Haber)는 질소를 활용해 비료를 개발하고 농작물 생산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켜 인류를 기아로부터 구원한 공을 인정받아 1918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그는 같은 성분을 활용해 폭탄과 독가스를 생산해 냈다. 화학자였던 그의 아내 클라라가 독가스 연구를 중단하라고 간청했지만 그 말을 듣지 않자 결국 아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과학자의 연구와 삶의 태도는 과학자의 도덕성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게 만든다. 시대가 흘러도 과학자의 도덕성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유전자가위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 소속 A 연구단장이 `특허 날치기`시비에 휘말렸다. 미래 혁신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유전자가위 관련 최신기술을 가진 기업은 전세계 10곳 뿐이며, 한국 내에서는 A단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B회사가 유일하다. A단장은 국내 스타 과학자로써, 특허 유출 의혹과 관련해 법적 공방은 물론 도덕성 책임도 감수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자칫잘못하면 그동안 힘들게 쌓아올렸던 과학적 성과까지 치명타를 입을 수 있지만, 그는 현재까지 억울함만 표시할 뿐 구체적인 자료 제시 및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A단장은 "오해가 있다면 풀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 책임은 기약없는 침묵이 아니다 납득시킬 수 있는 진실이어야 한다.

원세연 취재 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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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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