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③ 車 도로만 향해있는 가로등

대전 서구 월평동 한밭대로 인근 차도와 인도는 낮과 밤의 차이가 확연하다. 차도와 인도의 밝기 차이가 거의 없는 낮(왼쪽)과 달리 밤에는 가로등 방향 탓에 인도는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둠이 짙다. 박영문 기자
대전 서구 월평동 한밭대로 인근 차도와 인도는 낮과 밤의 차이가 확연하다. 차도와 인도의 밝기 차이가 거의 없는 낮(왼쪽)과 달리 밤에는 가로등 방향 탓에 인도는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둠이 짙다. 박영문 기자
"`왜` 가로등은 차도만 비추고 있을까. 인도는 이렇게 어두운데…."

늦은 밤, 촘촘하게 세워진 가로등 틈에서도 칠흑같이 어두운 가로수길을 따라 걸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보았을 생각이다.

대전의 도심이나 외곽을 막론하고 도로 주변에 서있는 가로등은 대부분 차도만을 비추고 있기 때문. 해가 진 이후에도 가로등 불빛과 자동차의 전조등이 공존하는 차도는 환한 오후를 연상시킬 정도로 밝지만 가로등을 등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어두운 인도는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4일 대전시와 5개 자치구 등에 따르면 폭 12m 이상 도로에 설치된 가로등은 올해 1월 1일 기준 총 5만 3723개다. 5개 자치구 별로 살펴보면 동구에는 6571개, 중구 7065개, 서구 1만 2306개, 유성구 1만 9882개, 대덕구 7899개의 가로등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중 차도와 인도를 함께 비추는 가로등은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가로등이 차도와 인도가 인접해 있는 구간에 설치 돼 있음에도 인도를 제외한 차도만 비추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밤이 되면 수많은 가로등이 비추는 차도는 수 백 미터 앞까지 환하게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인도는 상대적으로 어둠이 짙다.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울창하게 자란 가로수가 가로등을 가려 인도가 암흑천지로 변하기 일쑤다.

직장인 이모씨(34·대전 서구)는 "가끔 저녁 식사 후에 자전거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탈 때가 있는데 가로등 불빛이 가로수에 막혀 굉장히 어두운 구간도 있다"며 "사고의 위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경우에는 혼자 다니기 무서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은 가로등 설치 규정과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인도를 비추는 가로등 설치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고 차도에서 측정한 조도를 기준으로 설치되기 때문이다. 설치 단계에서부터 이미 인도의 밝기는 감안되지 않는 셈이다. 게다가 도심 외곽으로 갈수록 통행인구가 적은 탓에 가로등 간격이 넓어져 밝기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최근 보행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지자체들이 보조 보행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보행등은 일반 가로등과 달리 인도를 비추는 조명으로, 가로등 기둥 3-3.5m 부근에 설치된다. 반면 차도와 인도를 함께 비춰 일반 가로등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2등용(쌍등) 가로등은 야간에 너무 밝아 생활에 방해가 된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 설치가 줄고 있는 추세다.

대덕구 관계자는 "예전에는 가로등 설계 자체가 예산상 차도방향으로 나있었지만 보행에 대한 중요도가 커지면서 인도 가로등 설계가 되고 있다"며 "보행권 확보 차원에서 육교를 없애고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것처럼 보조 보행등이 설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민원이 있으면 가로등 기둥에 인도를 향하는 보행등을 추가로 설치하기도 하고 가로등 불빛을 막는 가로수를 정비하기도 한다"며 "간혹 밤에 너무 밝다는 가로등 인근 주택가나 아파트 주민 등의 민원도 감안해야 하는 만큼 가로등 확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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