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백화점에 등장한 안내로봇은 오래전의 일이고 이제는 의료분야는 물론 각종 프랜차이즈업체 심지어 편의점까지 그 혁명의 물결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한결같이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시간을 절약해 주는 동시에 효율성을 증대를 시켜주는 변화들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들은 동전의 양면처럼 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반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변화의 대상은 역시 산업체일 것이고 다음으로는 교육계 특히 대학의 쇠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자, 빅데이터 등 새로운 분야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게 보인다. 오히려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여파가 노동시장에 어떻게 진행될지는 연구자들 간에도 엇갈린 전망이 있지만 적어도 우리의 산업계에 닥친 파고는 AI나 로봇을 앞세운 공장자동화가 많은 비숙련공들을 일자리서 몰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그동안 재정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만큼 고용이 늘지 않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산업구조가 고도화 되면서 노동절약형 구조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업의 노동절약적 노력은 임금상승이 크면 클수록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은 그 만큼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큰 파고는 대학 산업으로 들이 닥치고 있다. 교육부는 그동안 저 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의 혼란을 줄이고 경쟁력 있는 대학들의 연착륙을 위해 꾸준히 정원감축을 유도해오고 있다. 특히 2주기 째 실시한 대학역량진단평가를 거치면서 207개 대학(4년제 대학 120개, 전문대학 87개)을 자율개선대학으로 그리고 116개 대학을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하면서 정원감축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됐다고 해서 이들 대학들 앞에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앞으로 다가올 3주기 평가는 차지하더라도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인한 입학자원의 절벽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학졸업이 취업을 보장하던 시대가 지나면서 현재 68%대가 유지되고 있는 고졸학생들의 대학진학율도 점점 떨어지고 있어 입학자원의 고갈로 인한 대학의 고통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동안 대학을 통해서만 습득 가능했던 최신정보와 전문지식도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이제는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에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얼마든지 얻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많은 교양과목을 비롯한 전문 과목들까지 인터넷 강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 대학교육의 설자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이제 대학의 개념 특히 교육방법론의 변화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앞에 커다란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물리적 대학공간이 큰 의미가 없어지고 있으며 아울러 대학의 역할과 가능도 지금보다는 현격하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현재 진행 중인 저 출산 여파와 함께 대학산업의 쇠퇴를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각 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과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 앞에 각자의 능력에 걸맞은 혁신을 통하여 작고 유연한 몸집으로 각자 도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대학과 학과간의 장벽을 허물고 다양한 학제도입과 창의 융합형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통하여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를 특성화시켜야 한다.

동시에 행정의 효율적 혁신을 통하여 사회가 필요한 인재양성에 전력을 투구할 때 그 노력하는 대학만이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자율개선대학이나 역량강화대학 같은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대학의 쇠퇴는 지금 눈앞의 현실로 모든 대학들 앞에 다가오고 있기에...

김선재 배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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