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는 "충청도 내포 지방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과 탐관오리들의 학정, 이에 맞서는 인민들의 항쟁"을 다루고 있다. 여타 소설과 달리 국수의 빼어난 점은 이 작품이 조선 시대 겨레말을 내포 유역 토박이말과 `소리체` 글월로 오롯이 되살려 지금 우리가 알게 모르게 쓰고 있는 말글의 적폐를 샅샅이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동은 `비단할아버지`에 `거적자손`이 되기 싫어 역사에서 밀려난 서민 삶을 그리되 `옛 문헌들과 왕고(王考)를 비롯한 어른들한테서 귀동냥한 말씀` 또는 `5·16쿠데타 이전에 나온 서책`에서 익힌 우리말 진경을 펼쳐놓았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탁월한 현실성과 역사성에 깊이 감동할 뿐 아니라 우리가 처한 언어적 현실의 병통을 늦게나마 깨달을 수 있다. `조선어의 발전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조선총독부에서 추진한 언어정책 영향을 내버려둬 우리가 쓰는 말글은 한·왜·양(漢·倭·洋) 삼독에 찌든 신세가 되었으니, 말을 되살리지 않고서는 그 말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민족문화가 올바르게 설 수 없고, 민족문화가 올바르게 서지 못하는 만큼 참된 뜻에서 민족 얼 또는 민족 삶은 있을 수 없다`(국수사전 中)라는 참말이 작품을 읽는 내내 우렛소리로 울린다. 이제 우리에겐 셰익스피어의 영어에 비견할 국수의 우리말이 있다. 올가을에 국수와 함께 역사를 되짚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되살리며 활찐 내포 유역으로 떠나는 여행도 참 알차겠다.
권덕하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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