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관련 얘기들로 온 나라가 술렁이고 있다. 부동산은 돈이다. 돈에 대한 얘기에 귀를 쫑긋 세우는 건 인지상정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가 며칠 전 경제지에 기고한 글이 눈에 들어왔다. 이 전문가가 소개한 `향후 5년간 예상되는 부동산시장 10가지 트렌드` 중 하나는 수도권과 지방간 집값 양극화 현상이다.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지방의 집값이 올랐지만 2015년 이후 수도권 상승장이 시작됐고, 상당 기간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을 거머쥐려면 지방보다는 수도권 주택에 눈독을 들여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예측은 이미 오래 전부터 현실화돼왔다. 지방 주택시장은 수도권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최근 1년 사이에만 23%가 급증했다. 7년만의 최대치다. 급기야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잇달아 중앙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충북도와 경남도는 국토부에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사들여 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해 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비해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속된 말로 미친 듯 춤을 춘다. 강북을 억누르면 강남권이 튀어 오르고, 서울 인접 지역에도 투기 붐이 일어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되레 가격상승의 촉매제가 되고 만다. 서울의 아파트 값이 1년 새 갑절이나 오르고, 재개발 입주권이 수억 원 오르는 등 요지경이다. 이 곳의 부동산이 `로또`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정부가 1년 전 발표한 `8·2 대책`도 서울의 부동산 광풍에 휩쓸리고 말았다. 정부는 `부동산 종합대책`을 추석 연휴 이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세제를 포함한 주택 수요 측면과 여러 공급 측면 등을 고려한 대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억제, 맞춤형 대책 등 3가지 원칙을 살린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면 혼란은 더해진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분양 원가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했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종부세 강화를 꺼냈다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고 말했다.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은 "보유세는 늘리되 양도세는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 정도의 부동산 정책으로 혼돈의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을까.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이 나라 부동산 정책은 기본적으로 신뢰를 잃고 말았다. 이는 비단 현 정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역대 정부는 수많은 정책들을 쏟아냈지만 효과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 부동산 투기꾼, 아니 일반인들 사이에도 정부 정책에 거꾸로 가는 게 답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왜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일까.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부동산 정책 입안시 서울 내지 수도권만 고려하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 전체를 정책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수도권에만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상황이나 형편 등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입안할 때 지방의 주거·생활 인프라 고급화 청사진 등을 얼마나 고민하는가. 지방의 어려움이 얼마나 심화하고,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과연 성찰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전국 시·군·구와 읍·면·동 10곳 중 4곳은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인구가 줄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소멸 위험은 최근 5년새 75곳에서 89곳으로 늘었다. 지방이 사라지면 수도권은 안전할 것으로 보나. 지방이라는 `옹달샘`이 마르면 서울이라는 `저수지`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복잡할 수밖에 없는 부동산 정책의 성공 여부는 국토균형발전의 실현 여부와 맞닿아 있다. 세계 경제의 1, 2위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은 광활한 국토를 골고루 활용하고 있다. 일본과 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제기된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을 효율적으로 살리고, 지방분권·지방자치를 제대로 실현하는 과제는 더 없이 중요하다. 지방을 살린다는 시그널을 주고 실행할 때 서울 부동산 광풍은 사라질 것이다. 최문갑 시사평론가·`밸런스토피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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