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수의 전통놀이 돋보기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는 추석 다음날 열린다. 학교 운동장은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분주하고, 아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어 다닌다. 운동회의 가장 중요한 순서가 바로 `박 터뜨리기`이다. 커다란 소쿠리 두 개를 붙여 둥그렇게 해 하나는 청색, 하나는 백색으로 만들어 청백팀이 오재미를 던져 빨리 박을 터뜨리는 팀이 이기는 것이다. 두 팀이 열심히 오재미를 던져 박이 터지면 박 속에서 오색지와 함께 글씨가 써 있는 헝겊이 펼쳐지는데 그곳에는 `점심시간`이라는 글씨가 써 있다. 그러면 그때부터 점심시간이 돼 준비해 온 음식을 꺼내, 온 가족이 맛있게 점심을 먹는다.

이때 쓰이는 오재미는 주머니에 콩을 넣어 만들어 지금은 콩주머니라고 부르지만 원래는 일본어 오자미(おじゃみ)이다. 그러니 이 놀이는 일본에서 건너온 놀이이다. 일본에서는 왜 오재미를 던져 박을 터뜨렸을까? 그것은 일본이 전쟁의 나라를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행동이다. 즉, 고대부터 전쟁을 일삼아 왔던 일본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놀이가 바로 오재미 놀이라는 것이다.

전쟁터에 가려면 필수품이 무기와 식량이다. 이때 일본에서는 식량을 주머니에 콩을 볶아 넣어 갖고 다녔다. 그러다가 전쟁이 길어지면 허기를 해결하기 위해 콩주머니를 꺼내 그 속에 있는 콩을 꺼내 먹으며 허기를 잊었으니, 이 놀이에서 `콩주머니`를 던져 박을 터뜨리면 `점심시간`이 되는 것이다.

오자미가 일본말이라고 우리말로 `콩주머니`라고 부르지만 놀이 속에 숨어있는 속뜻이 일본의 풍속이다. 지금은 이 놀이가 여러 가지로 변형돼 다양한 놀이가 됐지만 그 뿌리는 모두 일본놀이에 있다. 문방구에서 파는 오재미를 보면 `콩주머니`라고 써놓고 그림에 태극을 그려 넣은 것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오재미`는 일본놀이, `콩주머니`는 우리 전통놀이인줄 안다.

일본의 오재미 놀이에도 우리나라 공기놀이와 비슷한 놀이 방법이 있다. 오재미 세 개를 공중으로 던져 마치 기예를 부리듯 노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때 부르는 노래가 일본에서 흔히 부르는 일본찬양 노래이다. 80-90세 노인들은 이 노래를 어렸을 때 의미 없이 따라 불렀기 때문에 지금도 자연스레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재미는 일본 전쟁으로부터 유래된 놀이다. 가벼운 놀이지만 경각심을 놓쳐서는 안된다.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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