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어지르다`라는 동사 `Litter`와 `벌레`라는 명사 `Bug`가 결합한 단어 `리터버그(Litterbug)`는 공공장소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사실 필자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다. 1950-60년대 물자가 넘쳐나던 미국의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선글라스를 쓴 멋진 남녀들이 뚜껑 없는 대형 세단 승용차를 타고 가면서 음료수 병이나 캔을 고속도로변에 무심하게 버리던 장면과 함께 "Don`t be a litterbug(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맙시다)"라는 자막이 나오던 흑백 TV 장면이다.

현재 이 `리터버그`는 지구 환경을 어지럽히는 존재에서 우주 환경을 어지럽히는 존재로 진화했다. 즉 우주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지구 궤도를 선회하는 우주폐기물(우주쓰레기)의 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우주 쓰레기는 우주로 올려 진 후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모든 활용되지 않는 물체를 뜻한다. 예를 들면 고장 난 위성, 분리된 로켓 상단, 충돌 및 폭발에 의한 잔해물은 물론 부식이나 노후화에 의한 위성파편과 나아가 우주인이 떨어뜨린 공구도 포함된다.

우리 머리 위에는, 정확히 지구 주위에는 6300톤 정도의 우주 쓰레기가 유영하고 있다. 이러한 우주 쓰레기의 위험성에 대해 2013년에 그래비티(Gravity)라는 영화가 커다란 반향을 주었고 이보다 전인 1978년 NASA 과학자 케슬러(Kessler)는 지구 저궤도에서 물체의 밀도가 어느 수준을 넘으면 물체간의 충돌은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더 이상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는 `케슬러 신드럼`을 제시하기도 했다.

2009년 2월에 발생한 고장난 러시아 통신위성 코스모스 2251호와 미국의 통신위성 이리듐 33호와의 충돌은 대표적인 우주쓰레기 생성 사례다. 이 두 위성의 충돌로 10㎝ 이상 크기의 우주쓰레기 1420개와 4백만개에 가까운 1㎜ 이상 크기의 우주쓰레기가 양산됐다. 우주 쓰레기는 초속 7.9-11.2 ㎞으로 날아다니므로 1그램의 우주쓰레기는 수류탄 2개의 위력을 갖고, 1 Unit (1.33㎏) 짜리 큐브위성과 충돌하게 되면 중어뢰(TNT 280㎏)에 맞은 것과 같은 위력이다. 매우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아주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고가의 위성들이 우주 폐기물과 충돌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2007년 `유엔 외기권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위원회`(UN COPOUS)는 우주 폐기물 발생의 최소화를 위한 `우주폐기물 경감 가이드라인`을 승인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우주청 간 우주 폐기물 조정위원회`(IADC)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UN 회원국들이 우주 쓰레기의 심각성에 대해 공동으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14년에 IADC의 13번째 회원기관이 됐다.

이 가이드라인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운영 중인 위성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임무 종료 후 지구 주위를 200년 이상 유영 할 수 있는 우주쓰레기의 고도를 강제적으로 낮춰, 임무 종료 후 25년 내에 지구 대기권에서 마찰열로 폐기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필자도 우주환경을 지켜야 하는 사명으로 이와 관련된 특허를 갖고 있고 항우연도 우주쓰레기를 제거하는 로봇을 연구 중에 있으나 전반적으로 전 세계 기술의 성숙도는 아직은 낮은 단계다. 역시 쓰레기는 줍기 전에 안 버리는 것이 효과적인 것임을 다시 한 번 보여 준다.

필자는 전 대덕포럼에서 초소형위성으로 우주개발의 민주화와 대중화를 이끌어 내어 전 인류의 마이샛(My Sat) 시대를 상상해 본다고 했다. 이런 시대가 오게 되면 `우주폐기물 경감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일은 거의 법처럼 지켜져야 한다.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으면 위성을 발사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고, 지금의`탄소배출권`처럼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고 적극적으로 우주 쓰레기를 제거한 나라나 기관으로부터 `우주발사권`을 사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우주폐기물 경감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해 "Don`t be a litterbug in Space"라는 자막이 나오는 장면을 AR/VR(증강현실/가상현실) TV로 보고 있는 후세를 상상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란다. 최준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연구본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