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국제화 시대라고 일컬어진다. 전 세계의 다른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서비스나 재화를 사고파는 계약 행위도 이제는 상대방이 한국의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외국의 개인이나 기업, 혹은 다국적 기업인 경우들이 많다.

그런데 이렇게 국제화된 소비 행위 속에서 최근 여러 번의 사례에서 한국은 국제호구라고 불리는 사례들이 연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올해 이러한 논란을 다시금 불러일으킨 것은 BMW 화재 사례였다. 지속되는 차량의 화재 발생에도 불구하고 BMW 측은 다른 국가들에서와 달리 책임 회피와 한국민에게로의 책임 전가로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이면서 비극적인 사례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례이다. 한국 NGO 신문에 의하면 2018년 6월 8일까지 환경부와 가습기넷에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수는 6023명이며 사망자는 1328명이다. 또한 그 사망자 중 옥시 제품으로 인한 사망자는 738명으로 제시되어 있다. 옥시의 경우에는 흡입독성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하고, 오직 한국에서만 유해 물질이 첨가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였다. 또한 몇 년 동안 계속 책임을 회피하고 사건 은폐에만 급급하다 2016년에야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뒤늦게 사과와 보상에 나섰다.

이 이외에도 지난 몇 년간 여러 유사한 사례들을 찾을 수 있다. 2015년에는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대규모 리콜을 시행하고 배상과 무상 수리 등을 결정했지만, 한국에서는 다른 엔진을 판매해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2016년에는 3M은 독성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이 함유된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필터를 한국에서만 판매하고도 무해하다고 변명을 늘어놓았으며, 이케아는 6명의 어린이 목숨을 앗아간 서랍장을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자발적으로 리콜 조치하고 판매를 중단했지만, 한국은 리콜에서 제외하고 서립장을 계속 판매하겠다고 하여 비난을 받았다. 벤츠코리아는 작동 시 금속 파편이 튀어나와 전 세계적으로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다카타 에어백 장착 차량에 대해 중국 등 다른 국가들에서는 리콜을 했지만, 한국에서는 리콜을 진행하겠다고 2017년 말 발표만 하고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이행하고 있지 않다.

무엇보다 이들 사례에서 보이는 특징은 이러한 기업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이를 은폐하거나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에서만 이를 판매한다거나 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한국은 이렇게 국제 호구가 되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그 동안 한국이 너무 자국의 소비자를 등한시하여 왔기 때문이다. 모든 법체계나 정보 공개 등에서 국내 기업에게 손해가 가면 안 되고 기업의 성장과 수출을 도와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안전과 관련된 사안조차도 기업명이나 제품명을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사례들도 있었고 소비자인 국민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이러한 허술한 소비자 보호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또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외국의 기업들에게도 알려지고 외국의 기업들도 이러한 법과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 한국에서 한국의 기업들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는 한, 외국의 기업들로부터도 소비자들은 제대로 보호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송의 효력이 소를 제기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도 미치고, 기업이 위험을 인지한 악의적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손해액 이상의 배상을 하도록 허용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실질적 도입이 소비자를 보호하는 장치들이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소비자 집단소송제 추진이 포함되어 있다. 집단소송법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과 강화를 통해 국민의 안전이 실질적으로 한층 더 보호되기를 기대한다. 황혜신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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