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곳곳서 암초

최근 경제계 화두는 단연 `소득주도 성장`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기업의 투자 확대 등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 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기도 하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촛불집회 등을 거처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던 게 사실이다. 현 정부 또한 경제 살리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며 소득주도 성장을 그 정면에 내세웠다. 직장인과 자영업자, 기업인과 노동자 등 너나 할 것 없이 경제계 이목이 소득주도 성장에 집중된 이유다. 결국 정부의 경제정책 성패가 소득주도 성장이 안착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은 저임금노동자의 임금을 올려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기업의 투자 확대로 연결해 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정책이다. 결국 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올라가면 생활이 개선되고 이는 곧 소비로 연결돼 생산과 유통까지 활력을 얻어 재차 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경제 성장이 둔화된 데 따라 소비를 늘려 내수를 활성화시키고 소득분배의 불균형도 해소하자는 경제 정책인 것이다.

하지만 정책 추진 초기 단계부터 암초를 만났다. 고용지표와 실질소득이 바닥을 치며 최저임금인상 등 소득주도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여론이 거세지면 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전체 취업자 수는 2708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5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늘어난 경제활동인구 8만 6000명 중 8만 1000명은 그대로 실업자 숫자에 보태져 총실업자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말 그대로 `고용 쇼크`가 발생한 것이다. 대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전은 OECD 비교 기준 고용률이 지난해 7월 64.2%에서 지난달 63.8%로 0.4%포인트 낮아졌다. 실업률은 2.8%에서 4%로 1.2%포인트나 높아졌다. 1년 새 실업률이 대전보다 높아진 시도는 경북(1.5%포인트)이 유일하다. 게다가 최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국 2인 이상 가구(농어가 제외)를 소득 수준에 따라 5개 분위로 나눴을 때 1분위(하위 20%)의 올해 2분기 실질소득은 월평균 127만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만 6000원(9.0%)이 감소했다. 이 계층의 2분기 명목 소득액은 132만 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1만 원(7.6%) 줄었다. 최저임금인상 등의 정책이 소득분배를 오히려 악화시킨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이유다. 급기야 소득주도 성장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 등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각종 경제지표 악화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이미 실패로 검증됐다며, 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경제 참모를 경질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근로자의 소득 확대 등 소득주도 성장의 순기능도 확인되고 있다며, 정책을 추진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은 만큼 현재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요즘 우리 정부 경제정책 기조, 특히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며 "저성장·양극화의 과거로 돌아가자는 무조건적 반대가 아닌 경제정책의 부족한 점과 보완대책을 함께 찾는 생산적 토론이 되길 기대한다"고 경제정책 기조 유지를 재확인했다.

이렇듯 소득주도 성장을 놓고 정책 안착의 기대감보다는 갈등만 곪아가는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국민 대다수가 경기침체의 굴레에서 벗어나 내수가 활성화되는 것을 바란다는 점이다. 정책 보완에 따른 기조 유지이든, 경제를 시장 원리에 맡겨두든 출구 없는 소모전은 이젠 벗어나야 한다. 서민 가계 대부분은 거창한 거를 바라지 않는다. 물가가 안정되길, 월급이 조금이라도 오르길, 대출 부담에서 벗어나길, 작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길…. 맹태훈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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