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는 1959년 민예 8월호에서 조선의 민화를 말하면서 현대미학이론으로 해석이 불가능한 불가사의(不可思議)한 미의 세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미지(未知)의 미의 세계가 있다고 말하였다. 아마도 그가 보기에 조선 민화가 갖고 있는 독창성과 파격, 상상의 깊이는 불가사의한 미지의 영역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조선시대 교육받지 않은 무명화가의 민예적인 그림으로 정의되는 민화는 그러나 그 표현양식이나 상징구조, 작품성과 완성도가 문인화 및 산수화 못지 않은 매우 뛰어난 작품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내용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특한 민화를 바로 알기 위해 작가와 양식, 변천사, 그리고 그 이념적 성격에 대한 정교한 연구와 함께 이들 민화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부각되고 있다. <민화, 현대를 만나다_조선시대 꽃 그림>(갤러리현대, 7.4-8.19) <판타지아 조선_김세종 민화컬렉션>(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7.18-8.26) 등의 그것이다. 이들 전시를 통해 주목되는 점은 민화는 무명화가가 그린 서민적인 그림이 아니라 전통미술의 표현양식을 잘 알고 있는 천재적인 화가의 작품이라는 것, 초현실적인 다시점과 기하추상, 환상적인 조형언어를 구사한 세계화라는 것 등이다. 이러한 것을 통해 민화를 해석하는 준거와 인식의 지평을 넓힌 것은 전시로서 평가할 만하다.

화조, 관동팔경, 소상팔경, 구운몽, 삼국지, 무신(巫神), 용호(龍虎), 문자도, 책거리 등의 민화조형은 맑고 순수한 마음과 해학적인 아름다움을 깔고 있다. 그중 19세기 중반의 <책거리> 팔폭병풍은 소재를 철저히 배격하고 개다리상과 책(冊)만으로 수평과 수직, 공간의 연속과 무한을 평면위에 구사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안팎이 하나로 만나고 실물과 기하선묘, 그리고 추상이 넘나드는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 견고한 비례감과 담담함으로 완벽한 책가도를 연작을 완성하고 있다. 지금껏 보지 못한 이색적인 작품이다.

내용과 조형이 한 몸인 <문자도>는 효제충신(孝弟忠信), 예의염치(禮義廉恥)라는 유교적 이념의 텍스트 위에 꽃이나 상징적 동물형상, 기하학적 문양의 전개로 무한대의 조형언어와 상징을 구사한다. 이러한 융합을 통해 로컬이라는 서민감성의 매우 생생한 심리적 파생이미지들을 구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전복적인 이미지이고 해학과 생명력이 넘친다. 서세동점과 문명의 전환, 신분사회의 해체와 망국, 식민지라는 조선의 변혁기는 생생한 실존과 죽음의 체험, 그리고 민화라는 활기 넘치는 색채와 형식 그리고 미감이라는 역설을 낳았다. 이 미감은 무(巫)를 토대로 한 생명력이고 불가사의한 세계이며 현대미학과 유불도의 세계를 가볍게 넘어서는 세계이다. 서구미술을 넘어서는 보편적이고 독자적인 우리 조형의 발견 그리고 그 쇄신이 조선 민화에 있다는 생각이다. 류철하 미술비평가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