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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상 산책] 음양과 오행③

2018-08-23기사 편집 2018-08-23 0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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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원리는 이분법에서 시작했지만 그 효능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 '주역' 이론도 간단한 이분법에서 시작하지만 조합방식에 따라서 적용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 컴퓨터와 같다. 공자가 노년에 역경을 연구하여 음양이론을 정리한 것이 '역전'(易傳) 10권인데, 우리가 '주역' 이라고 부르는 책은 점책인 '역경'에 이 '역전'이 포함되어 있다. 그중 '계사전'은 음양을 가지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원리를 설명하는 내용이고, '설괘전'에는 삼라만상을 팔괘에다 배대(配對)하는 방법을 예시한 글이 있다. 예컨대, 팔괘를 자연에 배대하면, 건(乾)은 하늘, 곤(坤)은 땅, 진(震)은 번개, 손(巽)은 바람, 감(坎)은 흐르는 물, 이(離)는 불, 간(艮)은 산, 태(兌)는 고인 물이다. 가족에 배대하면 건은 부(父), 곤은 모(母), 진은 장남(長男), 손은 장녀(長女), 감은 중남(中男), 이는 중녀(中女), 간은 소남(少男), 태는 소녀(少女)이다. 구체적으로 신체에 배당하여 건은 머리, 곤은 배, 진은 발, 손은 골반, 감은 귀, 이는 눈, 간은 손, 태는 입이 된다. 날씨에다 배대하면 건은 맑고, 곤은 구름이 짙고, 진은 천둥번개치고, 손은 바람불고, 감은 비오고, 이는 햇빛이 강하고, 간은 흐리고, 태는 안개나 스모그가 심하다. 중국에 사는 납서족(納西族)은 지금도 이 8괘로 점을 친다고 한다.

이러한 8괘를 다시 상하로 조합하여 '팔팔 64괘'로 적용범위를 확장한 것이 역점(易占)이다. 그리고 64괘는 모두 6개의 효(爻)로 구성되는데, 효의 변화를 중시하여 384개의 효사라는 점사(占辭)가 정리되어 전한다. 즉 '역경'은 단체나 개인이 당면하는 상황을 64가지로 설정하고, 각각의 경우에 대처하는 방법을 6가지로 분류한다. 즉 사람이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을 총 384가지로 확장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음양이라는 이분법으로 다양한 생활상의 문제를 384개의 대응책으로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 대응책은 결국 양강(陽剛)과 음유(陰柔)라는 두 가지 태도에서 도출하는데, 공자가 '주역'의 이런 음양이론에 매료된 것으로 보인다. '백서주역'의 요(要)편에 보면, 제자인 자공이 공자에게 "왜 역(易)을 가까이 하느냐?"고 묻는다. 공자가 "점(占)을 치고자 함이 아니고, 그 이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라고 답한 것을 보면, 양강음유라는 간단한 역리(易理)로 난국을 타개하는 내용에 매료된 것으로 보인다. 오행에서 사용하는 간지는 22개가 있으나 정리하면 60가지 경우의 수에 제한되지만, 음양은 조합하기에 따라서 무한하게 확장되므로 주역을 선호했다고 전한다. 음양이론의 확장가능성은 '초씨역림'에서 재확인 할 수 있다. 거기에는 64괘가 각각 64괘로 벌어져서 64곱하기 64로 4096가지의 경우의 수를 사용하고 있다. 이 점책은 우리나라에도 유입되어, 조선시대에 유생들이 애용한 흔적이 남아있다.

그런데 '역경'은 주(周)나라 초기에 은(殷)나라의 역(易)을 개편한 증보판이라고 말한다. 중국 고대사 학자들의 연구로, 상(商)나라는 동이족인 탕(湯)왕이 하(夏)나라의 걸(桀)왕을 물리치고 세운 나라로서, 갑골문자를 사용하였으며 점복(占卜)을 중시하여 국가의 대사에는 반드시 길흉을 거북으로 점쳤다고 밝혀졌다. 상나라가 서울를 은(殷)으로 옮기면서 그 후로는 은상(殷商)이라고 구별하여 불렀는데, 기원전 11세기 무렵에 한족인 주(周)나라에 밀려날 때까지 동이족이 중국대륙을 다스렸다는 이야기다. 즉 갑골문과 역점은 모두 동이족이 상나라에서 사용하던 문물이다. 실제로 '주역'에는 우리에게 친근한 표현들이 들어있다. "물이 빠졌다"거나 "불이 붙는다"는 말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표현들인데, 그것들이 주역에 나온다. '주역'은 물을 상징하는 감(坎)괘의 특성을 '빠질'함(陷)자로 표현하고, 불을 상징하는 이(離)괘는 '붙을'여(麗)자로 표현했다. 그런데 중국 '서경'에는 "물은 축축하고 아래로 흘러가고, 불은 따뜻하고 위로 올라간다"고 표현한다. 즉 수(水)를 윤하(潤下)라고 설명하고, 화(火)를 염상(炎上)이라고 설명하는데, 이런 사고방식은 '주역'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일찍이 3000년 전에 동이족(東夷族)이 사용하던 '주역'과 갑골문이 오늘날은 중국인의 문화로 알려져 있다.

황정원(한국해양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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