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인성과 품격이 건강한 사회를 밑거름이 되듯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는 더욱 차원 높은 덕목을 요구받는다. 지도자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인격과 품성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제대로 된 덕목을 갖추지 못한 지도자들의 군림으로 인해 구성원 개개인의 삶이 고단해지고 암울해지는 과정을 경험했다. 특히 많은 지도자들이 개인의 존재를 존중하고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유지하고 확대시키기에만 치중함으로써 겪어야만 했던 쓰라린 아픔을 갖고 있다.
우리는 2년 전 겨울 촛불의 염원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개인과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의 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게 됐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대의명분, 조직의 이익 우선이라는 미명아래 자행되어 왔고 굳어졌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힘겨운 여정을 보내고 있다. 지난 1년 여를 되돌아보면 숨 가쁘다. 두 차례에 걸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비핵화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경협을 통한 남북한 공동발전과 더 나아가 동북아 상생번영의 큰 그림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더불어 국회의 특수활동비 폐지가 대변하듯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토대도 한발 한발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사회전반에 걸친 격변의 과정은 때론 모두를 지치게 만들기도 하고 그 과정 중에는 분명 시행착오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사이를 비집고 기득권 세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속도조절의 목소리를, 방향 전환의 요구를 끊임없이 제기하며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 한다. 하지만 이 변화의 과정이 힘들다고 여기서 그만 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이미 우리 사회의 변화 물결은 분명 도도하게 흐르고 있으며, 어느 집단이나 지도자도 변화의 맛을 본 국민을 다시 과거로 되돌리는 못한다. 오히려 거부와 저항은 더 큰 변화를 불러올 뿐이다.
우리가 이러한 변화를 통해 지향하는 목표는 바로 품격이 살아 있는 사회구현이다. 합리적이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 속에서 개인의 삶을 영유하고 후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우리가 꿈꾸며 추구해 나가고 있는 품격 있는 대한민국의 실현 과정은 앞으로도 매우 지난하고 고단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리고 험난할 수 있다. 지도자만의 몫도 아니고, 어느 특정 집단만이 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도자는 지도자대로, 모두의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 낼 비전을 제시하고 솔선하는 모습을 더욱 더 보여야 한다. 구성원 각자는 자신의 위치에서 제 역할에 충실할 때 비로써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사는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품격이 살아 있는 대한민국은 모두의 과제이자 반드시 이뤄내야 할 사명이다.
김한수(배재대 주시경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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