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는 참으로 많은 전공과 학과들이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학생 대다수는 직접적으로 해당 전공과 학과를 경험해 보지 못한 채 전공과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특수목적고에 다닌 학생들마저도 본인의 전공을 찾아가지 않고 다른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전공 선택에 앞서 학벌주의에 집착하는 현실과 직업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고3 학생들의 현실이 원인이다. 고3 학생들이 대학 학과를 선택하는 기준을 보면 서울에 있는 대학인지, 자신의 내신으로 가능한 학과인지, 취업이 잘 되는 학과인지, 집과 가까운 대학인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지만 정작 자신의 적성에 대해서는 부족한 경험으로 인해 고민에 빠진다. 이 고민은 지나쳐 두려움으로까지 변질되기도 한다.

필자는 지난 10 여년 이상 대학의 국방기술학과에서 전공 교과목을 강의하고, 대학생을 지도하며 진로를 상담해왔다. 그 중 전공수업이 힘들다며 입버릇처럼 내게 털어 놓는 얘기는 "교수님, 수업이 너무 어려워서 학과전공이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이다. 이에 대한 나의 답변은 "30년 넘게 같은 전공을 해온 나도 이 전공이 내 적성에 맞는지 모르겠다는데 자네는 어떻게 한학기도 지나지 않아 아는지 신기하구먼"이라고 반문하면 학생들은 사뭇 의아해하고 당황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에게 대학 전공수업들은 대부분 처음 접하는 것 들이다. 다시 말해 경험과 선(先) 체험을 통해 수업이 즐겁다고 말할 수 있는 학생들이 1%라도 많다고 판단된다. 대학시절 같은 학과에 들어와 4년간 같은 전공을 한 후 아직까지도 같은 전공분야에 일하는 친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또다른 분야에서 사회적 경험을 통해 여러 다양한 새로운 직업을 가지고 살아간다. 혹여나 대학에서와 같은 전공분야에서 일해 오는 친구를 만났어도 `이 전공이 나의 천직이었다`라고 말하는 친구는 없다. 따라서 필자가 판단하는 대학 전공은 바로 `인내`라고 본다.

어려운 공학을 전공하는 제자들에게 수업시간에 필자가 농담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나는 30년 이상을 배우고 고민해온 전공을 자네들은 쉽고, 완벽히 알 것 같다고 말하면 내가 좀 억울하지 않겠나"라고 하면 학생들은 입가에 웃음을 흘린다. 필자는 전공이라 함은 인내의 경험을 통해 어떤 또 다른 인내를 더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행위라고 결론 내리고 싶다.

고3 학생들이여! 너무 전공에 대해 과민반응하며 고민하지 말고, 차라리 내가 어떤 분야에서 잘 참아낼지 정하라. 어차피 인생의 진로는 인내를 통해 반복하며 다시 태어나고, 사실 이것이 내 전공이고 직업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보다도 훨씬 중요한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즉, 대학생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여러분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김일진 대덕대 군사학부 해양기술부사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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