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온도가 100도에 달하면 액체에서 기체로 상태가 바뀐다. 임계점이란 이와 같이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다른 상태로 바뀔 때의 온도와 압력의 경계점을 말한다. 물이 액체로 존재할 수 있는 한계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조금만 온도가 내려가거나 올라가도 물질의 성질이 바뀐다. 액체와 기체가 서로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팽팽한 대치를 벌이는 상황이다.

아주 정교하게 평형을 이루고 있는 양팔저울은 작은 깃털 하나에도 미묘한 균형이 깨진다. 임계점에서는 아주 작은 에너지 변화로도 커다란 차이가 일어날 수 있다.

해마다 8월15일이면 대한민국 건국 시기에 대한 논란이 일어난다. 현재 헌법적으로 1919년 상해임시정부 수립을 건국 시기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군정 시대가 마감된 1948년 8월15일이 건국일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미국의 사례에 견줘볼 때 우리나라가 내년을 건국 100주년이라 천명해도 무방하다.

미국은 1775년 4월 19일부터 1783년 9월 3일까지 영국과 독립전쟁을 벌였다. 1783년 9월 3일 파리 조약으로 독립을 인정받았으며, 1787년 필라델피아 대표 회의에서 미국 헌법이 규정됐다. 그러나 독립 선언을 발표한 1776년 7월 4일을 `인디펜던스 데이`라 하며 독립기념일 겸 건국일로 보고 있다. 바위를 깨뜨린 시점이 아니라 계란을 던질 의지를 갖기 시작한 시점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기미독립선언문이 발표된 날은 1919년 3월 1일이다.

1945년은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일종의 임계점이었다. 계란으로 바위를 쳐 깨질 수도 있는 격변의 시대다. 한때 일본제국은 중국, 러시아와 싸워 이길 만큼 강했지만 패망이냐 아니냐의 임계점으로 가고 있었다. 상해임시정부가 수립되지 않았더라도 우리나라가 독립했을 수도 있다. 다른 열강의 지배를 받았을 수도 있고 나라가 쪼개져 사라졌을 수도 있다.

역사에 가정은 무의미하다. 임시정부 수립은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다. 1940년에는 광복군을 조직해 중국과 인도 그리고 버마전선에서 연합군의 일원으로 전투한 것도 사실이다.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세계 열강들에게 독립을 약속 받기도 했다.

독립이라는 나비효과를 일으키기 위해 있었던 수많은 선조들의 날갯짓을 굳이 낮춰 볼 필요는 없다.

이용민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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