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운전하다보면 차체가 과도하게 흔들리거나, 한쪽으로 쏠리거나, 고속주행 시에 핸들이 멋대로 움직여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휠 얼라인먼트(wheel alignment)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휠 얼라인먼트는 타이어의 정렬을 잡아줘 차가 곧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차륜 정렬`을 뜻한다. 차량의 떨림, 밀림, 소음, 편마모 등과 같은 이상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점검 중 하나다.

얼라인먼트는 자동차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빔프로젝터를 사용할 때도 스크린 면에 수직이 되도록 빔을 얼라인먼트 해야 화상이 일그러지지 않고, 철도레일이나 자전거 프레임도 주기적으로 얼라인먼트 해야 사고가 예방되고 기능이 유지된다. 집안의 가구나 가전제품들도 사방의 수평을 잘 유지하게 고여야 내구성을 가질 수 있고, 아귀가 잘 안 맞는 문틀도 나사로 얼라인먼트 해야 뒤틀림이나 소음을 방지할 수 있다.

인체의 얼라인먼트도 매우 중요하다. 몸을 이루는 중심축의 정렬이 무너져 나타나는 증상이 부정렬증후군이다. 우리 몸은 맞물려 있는 톱니바퀴와도 같아서 작은 문제라도 방치하면 큰 문제를 야기하게 돼 있다. 골반이 뒤틀렸다면 골반통증만의 문제가 아니라 위로는 머리, 일자목, 어깨불균형, 척추측만증을, 아래로는 다리길이 차이, 발의 변형, 평발 등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가지게 된다고 한다.

국가의 정책과 운영에도 얼라인먼트는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것에 치중하거나 소홀함이 발생하면 전체가 삐끗하기 마련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이 서로 독립적 영역인 것 같지만 같은 궤를 돌아가는 하나의 거대 생태계다.

당연히 원자력 안전규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원자력 안전규제에 대한 철학과 원칙, 이를 위한 규제정책, 그리고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규제행정·기술 및 그 품질, 규제인력의 전문성과 도덕성, 규제조직의 책임성과 신뢰성 그리고 규제과정과 결과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소통이 일관되게 얼라인먼트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얼라인먼트에 대한 점검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원자력 안전규제는 얼라인먼트에 대한 점검을 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원자력 안전규제가 설 자리가 없었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점검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은 필자로서는 그 동안 원자력 안전규제가 얼마나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는가를 느끼고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바람직하고 건강한, 그래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떻게 원자력 안전규제를 얼라인먼트 해야 할 것인가.

원자력 안전규제에 관계되는 기관과 종사자 모두 함께 고민하고 실행해야 하는 문제이며, 이와 함께 국민 여러분의 요구와 동참도 필요하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로 제시된 `안전기준의 강화`라는 것으로 안전규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많은 참여와 논의, 그리고 합의된 것들에 대한 실천을 통해 서서히 안전규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에서는 전문기술적 분야에 초점을 두고 필자가 생각하는 원자력 안전규제의 방향성을 제언하고자 한다.

원자력 안전을 둘러싼 여러 불확실한 요인에 상응하는 리스크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 그에 상응하는 안전 중심의 규제기술을 확보하고, 원자력재해에 대응하는 항상성과 회복탄력성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규제 시스템도 전체적으로 재점검해서,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은 관행이나 경험적 틀에서과감히 탈피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다른 생각과 스타일을 포용하고 인정하는 다양성, 다양한 요구와 의견을 취합하고 조율하여 합의를 찾아가는 협업문화 등의 정착에 노력해야 한다.

원자력 안전규제에 관계하는 모든 기관과 종사자는 국민과의 교감 없이 그 정체성을 찾을 수 없다. 아무리 안전규제를 훌륭히 했다고 스스로 자부하더라도 그것을 국민이 인정해주지 않는 한 본연의 업무를 끝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인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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