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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와 은밀한 인터뷰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2018-08-08기사 편집 2018-08-08 15: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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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읽기]

첨부사진1맨땅에 헤딩하기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최승호 지음)=시의 화자는 "납골당 내부의 유골 보관함을/철제도 석재도 아닌/투명한 유리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뚜껑 덮은 유골 단지들도 모두/투명한 유리 항아리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요청은 모든 유골함 속 건조된 재를 어떠한 방해물도 없이 있는 그대로 우리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제는 재가 돼버린, 한때는 인간이었던 유골을 한 줌의 티끌도 없는 상태에서 '보겠다'는 시인의 의지가 처음으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저자는 등단 이래 셀 수 없이 많은 시들을 쏟아내며, 마치 온몸을 시에 부딪치는 듯한 강렬한 시적 상상력을 보였다. 사물을 느껴지는 그대로 포착해내는 직관력을 바탕으로 시인은 현대 문명의 화려한 껍데기 아래 썩어가는 사회의 단면을 들추어내면서 죽음을 향하는 육체로서의 인간을 노래하는 시들을 써왔다. 책의 추천사를 쓴 시인 이영광은 "나는 이 책을, 시인의 0번째 시집이라 부르고 싶다"며 욕망과 죽음을 둘러싼 시인의 시선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문학과지성사·104쪽·9000원



◇인생우화(류시화 지음)=세상의 바보들이 한 장소에 모여 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손목에 묶은 붉은색 끈이 사라지자 자신을 찾아 헤매는 빵장수,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났으나 도중에 방향을 잘못 잡아 자기가 사는 마을로 돌아와서는 그곳이 자기 마을과 꼭 닮은 다른 도시라고 믿는 구두 수선공, 실수로 창문을 만들지 않은 캄캄한 교회당을 밝히기 위해 손바닥으로 햇빛을 나르는 신도들.

좋은 우화가 그렇듯 책은 인간 군상을 묘사하면서 독자에게 숙제를 남긴다. 수식어가 필요 없는 작가. '글이 우리의 영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충실하며 지속적인 집필 작업으로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저자. 시와 산문과 여행기, 명상서적 번역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독자적인 세계를 추구해 온 류시화의 신작 우화집. 책은 시적 상상력과 현실이 만나 오랜만에 우화 읽는 재미를 선물한다. 연금술사·356쪽·1만 6000원



◇맨땅에 헤딩하기(고금란 지음)= 곱고 차분하면서도 한편으론 묵직한 결기와 내공을 느끼게 하는 문장이 가득하다. 산전수전을 수없이 겪으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나이를 먹으면 이런 글이 나오는 걸까.

우리는 저마다 각박하고 무거운 현실을 짊어진 채 전전긍긍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살던 집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지은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이층 주택이 공기업인 토지주택공사에 수용된다. 다시 집을 지을 곳을 찾아 도시를 헤매지만 땅을 구할 수 없어 결국 변두리로 밀려나게 된다. 그리고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를 하면서 삶과 인간 존재에 대하여 새로운 성찰을 하게 된다. 시골은 도시에 비해 여유롭고 한적한 공간이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살이의 다양한 면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남편과 네 탓이니 내 탓이니 싸우기 시작했고 지인들은 이사를 잘못했다거나 집터가 세다며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도시로 돌아갈 거라고 쑥덕거렸다. 저자는 이런 모든 얘기들이 기우였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지만 결국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호밀밭·256쪽·1만 3800원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무라카미하루키·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전 세계에 광범위한 독자층을 지닌 스타 작가이면서, 데뷔 당시부터 자국 문단에서는 늘 변방에 속해왔던 무라카미 하루키. 10대 시절부터 그의 작품을 읽어온 오랜 팬이자 아쿠타가와 상과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한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가, 2015년에서 2017년에 걸쳐 네 차례의 길고도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이데아'와 '메타포'란 대체 무엇인가. 소설 속의 비현실적인 등장인물과 눈이 번쩍 뜨이는 비유들은 어디서 나오는가. 노벨문학상 시즌마다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기사단장 죽이기'를 비롯한 장편소설 구상 과정의 에피소드부터 창작의 원천이 된 유소년기의 경험, 일상적인 작업방식, 페미니즘적 비판에 대한 생각 등, 누구나 알고 싶었지만 묻지 못했던 의문들에 대한 답을 숨김 없이 펼쳐놓는다. 문학동네·360쪽·1만 4000원



◇미스 플라이트(박민정 지음)=책은 근무하던 항공사에서 노조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끝내 죽음을 택한 딸 '유나'와 평생 몸담았던 군대에서 관성처럼 비리에 가담하고 침묵했던 아버지 '정근'의 이야기다. 항공사, 승무원, 갑질, 인권 침해, 공군, 방산 비리, 내부 고발. 작가는 이 뜨겁고 복잡한 단어들을 성실한 자료 조사와 정교한 플롯으로 엮어 낸다. 한국적 몰상식의 장면을 피하지 않고 응시하며, 그 위에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 것이다. 이것은 저자가 선보이는 비약 없는 미스터리 소설이자 환상 없는 가족 드라마다. 책을 통해 박민정은 그간 인정받아 온 '신중한 관찰자'의 모습에서 한 걸음 나아가, '유능한 스토리텔러'로서 독자 앞에 선다. 민음사·244쪽·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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