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폭염 수준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예년 같으면 8월 초순쯤 되면 가는 여름이 아쉬어 전국의 바다며 산에는 막바지 휴가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8월 중순쯤 되면 전국의 해수욕장들은 물이 차가워 대부분이 문을 닫으면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던 것이 사계절이 뚜렸했던 우리나라의 통상적인 계절의 변화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무더웠던 여름이라해도 나무 그늘 속에만 들어가도 나름대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무더위는 폭염수준을 넘어 재앙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 보다 더한 폭염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으며 대구의 경우는 대프리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였다. 대프리카는 대구 아프리카라는 합성어이다. 오죽하면 열사의 나라 두바이에 와 있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조차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한반도 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도 여러지역에서 39.5도까지 치솟아 올해 최고 기온을 기록했으며 스웨덴에서도 7월 평균기온이 26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에서도 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열도가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면서 지난달 23일 오후 사이타마(埼玉)현 구마가야(熊谷)시의 기온이 41.1도로 관측되어 일본 관측 역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한다. 각국이 타는 듯한 더위로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폭염 위험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2080년 필리핀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 사망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의학`(PLoS Medicine)에 실린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 준비·적응 전략, 인구밀도 수준에 따른 서로 다른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20개국의 412개 지역에서 2031-2080년 폭염 관련 사망자 수를 추정했다. 그 결과 필리핀의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2031-2080년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는 1971-2020년의 1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초과사망자는 하루 평균 사망자 수를 초과한 실제 사망자 수를 말한다. 같은 시나리오에서 호주와 미국은 같은 기간 초과사망자가 각각 5배에, 영국은 4배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산불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지난달 23일 시작된 산불로 1000채 이상의 건물이 불타고 미국에서도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초대형 산불이 일어나 맨해튼의 6배가 넘는 170제곱마일의 산림과 시가지를 태웠고, 가옥과 건물 900여 채가 전소한 것으로 보도됐다. 역대급 폭염에 사망자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 소방청이 발표한 온열질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부터 7월 말까지 온열질환 사망자가 12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캐나다 퀘벡주의 경우도 폭염 사망자가 약 90명이 넘었다고 주 보건당국이 밝혔다. 우리니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까지 온열으로 인한 질환자수가 2400여 명이나 발생하였고 사망자도 29명에 이른다. 이는 여름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볼 때 지난해보다 온열질환자수가 780명이나 증가했으며 2015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메르스로 인해 사망했던 38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더위로 인해 세상을 떠난 것이다.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금년도의 이러한 폭염 현상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상 고온의 원인이 장기적으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대책으로 극복할 수 있는 재해가 아니라는 점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국민들은 지구 온난화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더욱 심각하게 고민해 나가고 정부는 기온변화 현상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바라보고 일시적인 미봉책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세영 건양대 군사경찰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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